외계 행성 추적자 키옵스 우주망원경, 100광년 밖 초기 행성계 발견
‘우주의 1%’ 궤도 공명 현상 나타나
태양계 형성·진화 과정 단서될 수 있어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외계 행성 탐사용 우주망원경이 태양계 밖에 있는 새로운 외계 행성계를 발견했다. 이들 행성은 일정 주기마다 규칙적으로 일직선 상에 놓이면서 서로 중력의 영향을 미치는 ‘궤도 공명’ 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궤도 공명은 극히 일부 행성계에서만 발견되는 만큼, 태양계의 형성 과정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파엘 루케(Rafael Luque) 미국 시카고대 천문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100광년(光年, 1광년은 빛이 1년 가는 거리로 약 9조4600억㎞) 떨어진 별 ‘HD110067′ 주변의 행성계를 발견한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30일 발표했다.
HD110067은 머리털자리(Coma Berenice)에 자리 잡은 밝은 별이다. 이번에 발견된 외계 행성들은 HD110067을 돌고 있는데, 대부분 반지름이 지구와 해왕성 사이인 ‘서브 넵튠(Sub-Neptune)’에 해당하는 크기다. 적도를 기준으로 지구는 반지름이 6378㎞, 해왕성은 2만4764㎞에 달한다. 서브 넵튠 정도 크기의 행성들은 별의 근거리에서 궤도를 형성해 도는 특성을 가진다.
연구팀은 외계 행성 탐사 우주망원경 ‘CHOPS(CHaracterising ExOPlanet Satellite·키옵스)’로 새로운 행성계를 발견했다. ESA가 발사한 2019년 키옵스는 무게 273㎏, 길이 1.5m 정도로 소형 우주망원경에 속한다. 지구 700㎞ 상공을 돌며 기존 우주망원경보다 별을 더 오래 고정해 관측할 수 있다.
앞서 HD110067은 NASA가 운영하는 우주망원경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테스)로 발견됐다. 2018년 발사된 테스는 4대의 카메라를 이용해, 한 달 동안 넓은 우주 범위를 촬영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테스로 HD110067 표면에 행성이 지나가 별의 밝기가 줄어드는 것을 발견하고, 한 개 행성에 대한 공전 주기를 계산했다. 두 번째 행성도 있다는 것도 확인했지만 테스로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어 정확한 정보들을 얻지 못했다.
연구팀은 별을 더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는 키옵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루케 박사후연구원은 “(행성계 분석을 위해) 테스 대신 키옵스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행성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잠재적인 공전 주기의 신호를 잡기 위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키옵스는 HD110067 주변을 돌고 있는 세 번째 행성을 확인했다. 특히 HD110067는 현재까지 발견된 5개 이상의 행성을 가진 천체 중에 가장 밝아 행성을 관측하는 데 유리했다. 별이 밝아 관측을 통해 행성들의 질량을 추정할 수 있었고, 수소가 풍부한 대기층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키옵스로 발견한 HD110067 주변 행성들은 모두 지구의 2~3배, 질량은 4~9배에 달했다.
연구팀의 관측 결과, 이 행성계는 궤도 공명 현상을 보였다. 궤도 공명은 항성 주변의 행성들이 일정한 정수 비율로 공전하며 주기적으로 중력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먼저 발견한 행성 세 개는 가장 안쪽부터 HD110067을 도는 데 9.114일, 13.673일, 20.519일로 궤도 주기가 1.5배씩 차이 난다. 규칙을 발견한 이후 계산에 따라 총 여섯 개의 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궤도 공명이 특별한 건 발견될 확률이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행성계가 궤도 공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초기 원시 행성계가 생성될 때 크기나 질량 면에서 조건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궤도 공명은 천체 사이의 중력 영향을 키워 결국 서로의 궤도를 변경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다. 키옵스를 운영하는 ESA도 이번에 발견된 행성계를 두고 궤도 시스템이 10억년 전에 형성된 이래로 크게 변하지 않은 건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원시행성계부터 지금까지 궤도 공명 상태에서 매우 안정적으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상태는 행성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루케 박사후연구원은 “모든 행성계의 1% 정도만이 공명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HD110067 주변 행성들은 손상되지 않고 살아남은 행성계의 자연 그대로의 구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SA는 키옵스의 발견 이후에도 추가적인 관측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시밀리안 귄터(Maximilian Günther) ESA 연구원은 “6개의 행성을 가진 궤도 공명 시스템을 발견한 건 지금까지 단 3개인데, 키옵스가 두 개를 발견했다”며 “발견된 행성들은 모두 대기를 가진 해왕성 크기의 행성이기 때문에 제임스웹이나 미래의 플라톤 우주망원경을 사용해 대기 구성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Nature,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3-06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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