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오두막과 궁정

남궁창성 입력 2023. 11. 3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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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백발이 성성한 노모는 그 길을 따라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싶을 뿐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과연 집으로 가는 길은 있는가? 2년여 동안 국가의 조력으로부터 격리됐던 한 국민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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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1999년 장이머우 감독, 장쯔이 주연의 중국 영화다. 원제는 ‘내 아버지와 어머니(我的父親母親).’ 가난한 시골 학교로 부임한 총각 선생님과 마을 처녀의 사랑 이야기가 모티브다. 평생 교사로 생활하시던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듣고 아들은 부랴부랴 고향을 찾았다. 어머니는 병원 영안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의 장례를 준비하며 상여를 이용한 귀가를 고집했다.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난 텅 빈 농촌은 운구할 사람이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흙먼지 날리는 시골길. 백발이 성성한 노모는 그 길을 따라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을 걷고 싶을 뿐이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2013년 방은진 감독, 전도연 주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평범한 주부인 주인공은 남편 친구의 부탁으로 짐을 맡아 프랑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파리 도착 후 입국심사 중 짐 안에서 다량의 마약이 발견된다. 그리고 한국에서 비행기로 22시간 떨어진 카리브해 프랑스령 마르티니크섬에 있는 교도소에 내동댕이쳐진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과연 집으로 가는 길은 있는가? 2년여 동안 국가의 조력으로부터 격리됐던 한 국민의 절규다.

‘집으로 가는 길’이 있다.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징집된 러시아 군인 가족들의 텔레그램이다. 2년 가까이 참다못한 어머니와 부인들이 병사들의 조속한 귀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웅처럼 싸우고 조국을 위해 피를 흘렸다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와야 한다.” 지난 19일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서는 전쟁에 강제로 끌려간 남편과 아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전쟁에 지친 사내들은 곧 집으로 가는 길에 올라 가족들을 만날 수 있을까?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반전 움직임이 영 심상치 않다. 국민들의 오두막이 편안해야 푸틴의 크렘린궁도 안전하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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