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19 대 29’ 엑스포 유치 실패보다 더 허탈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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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산이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 시민들의 열망 속에 민관이 함께 뛴 509일의 대장정이었다.
사우디의 '오일머니' 물량 공세를 탓하거나 뒤늦게 유치전에 나선 전(前)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다.
2035년 엑스포 재도전을 외치기에 앞서 이번 유치전의 실패 과정부터 철저히 복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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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엑스포 유치전은 부산 시민들의 열망 속에 민관이 함께 뛴 509일의 대장정이었다. 지난해 7월 정부 유치위원회 출범 후 민관 대표단은 지구 495바퀴를 도는 거리를 움직이며 182개 BIE 회원국 정상과 고위 관계자들을 만났다.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아프리카 오지를 찾아다니며 부산의 매력을 알렸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기업들도 전 세계를 돌며 총력전을 펼쳤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19 대 29’의 표차는 아쉬움과 허탈함을 넘어 민망하기까지 한 결과다. 정부 관계자들은 “대역전극이 가능할 것”이라거나 “해볼 만한 수준으로 따라잡았다”고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만큼 부산 시민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대국민 담화를 갖고 “모든 것은 제 부족의 소치”라며 “저희가 느꼈던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한 것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처음이다.
그 점에서 정부의 유치 전략, 추진 과정, 상황 판단 등에 문제는 없었는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유치 캠페인을 독려하고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희망적인 표현을 쓸 수는 있지만, 전략을 짜고 이행을 진두지휘하는 정부의 판단은 냉정해야 하고 그 근거가 되는 정보는 정확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해야 할 정부 기관들이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선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도저히 뒤집을 수 없는 판세’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는데도 상부에 차마 그대로 보고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 소통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사우디의 ‘오일머니’ 물량 공세를 탓하거나 뒤늦게 유치전에 나선 전(前)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접근이다. 오판에 근거한 낙관론이 국민 기대치를 과도하게 올리고 결과적으로 외교력과 행정력의 낭비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을 정부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2035년 엑스포 재도전을 외치기에 앞서 이번 유치전의 실패 과정부터 철저히 복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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