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 1등’ 욕심에 천성산 깎으려는 양산
일방적 강행에 불교계·환경단체 “자연 훼손” 강력 반발
경남 양산 천성산(해발 922m)이 국내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곳으로 급부상하면서 시끄럽다. 양산시는 내년 새해맞이를 위해 천성산 시유지에 해맞이 관광자원화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종교계와 환경단체는 환경 훼손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29일 양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일 ‘양산 도시계획시설사업인 천성산 해맞이 관광자원화사업 실시계획인가’를 고시했다. 고시 내용은 5억원을 들여 평산동 천성산 정상에 일출 전망대인 천성대(돌제단, 면적 169㎡)를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천성대는 가로 24m, 세로 12m 규모다(평면도 참조). 양산시는 임도 13곳과 일출 관람 코스 33곳도 정비할 계획이다.
천성산은 신라시대 원효 대사가 당나라에서 온 승려 1000명에게 화엄경을 설파해 성인으로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명산이다. 천성대는 천성산 이름을 따 ‘천명의 성인이 해를 바라보던 너른 자리’란 뜻을 갖고 있다. 천성대는 이름의 유래에 맞게 1000개의 돌을 이용해 타원형 돌담과 반원 돌바닥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말까지 전망대를 조성할 예정이다.
양산시는 지난해부터 일출 명소로 천성산 정상을 적극 알리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천성산을 포함해 국내 주요 일출 명소의 일출 예상 시간을 한국천문연구원에 요청했다.
그 결과 천성산 정상이 해발 0m 울산 울주군 간절곶보다 5분 정도 빠르다고 회신받았다. 해발고도 0m를 기준으로 하면 간절곶이 천성산보다 일출 시각이 1분 빠르지만, 해발고도를 고려하면 천성산에서 첫해를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이 양산시의 설명이다.
양산시는 지난 6월 포르투갈 신트라시와 국제 자매도시로 결연하고 일출·일몰과 관련한 관광사업에도 나섰다. 새해 유라시아 대륙에서 일출이 가장 빠른 양산 천성산을 유럽에서 일몰이 가장 늦게 지는 포르투갈 신트라시 호카곶과 연계해 해맞이 관광명소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천성산 해맞이 사업에 대해 불교계와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내원사는 천성산 기슭에 자리 잡은 신라시대 사찰로, 천성산 관광자원화 사업 지역과 200m 떨어진 곳에 땅을 일부 소유하고 있다. 내원사와 환경단체는 “사전 협의도 없이 양산시가 사업을 강행하려 하고, 자연생태계와 불교성지를 훼손하려 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내원사 측은 “정상부 습지는 천성산의 물저장고라서 절대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많은 스님이 천성산을 지키려고 애를 썼고 지금도 그 산을 지키려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산녹색환경연합 관계자도 “양산시가 사업을 강행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시는 불교계와 환경단체의 반대가 계속되자 천성대 규모를 가로 18m, 세로 9m로 축소하거나 사업예정지를 일부 변경하기로 했다. 또 그동안 군부대 주둔과 등산로 개설로 훼손된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불교성지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산시 관계자는 “대화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훼손지역 복원을 위해 휴식년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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