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까지 줄 잇는 불참…의장국은 총회 기간 ‘석유장사’ 하려다 들통
UAE는 회의 기간 15개국과
원유 거래 논의 계획 세워
BBC에 보도되자 의혹 부인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국제정세가 혼란한 가운데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주요 탄소배출국 정상들의 불참과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석유거래 시도 정황 등으로 개막 전부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따라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한 실효성을 지닌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교황청 공보국은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강 문제로 COP28 참석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교황청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교황의 참석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가 한나절 만에 이를 번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최초로 이번 총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교황은 독감과 호흡기 염증 등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호전됐음에도 주치의가 COP28이 예정된 두바이 방문 일정을 취소할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불참을 선언한 데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도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을 취소하며 COP28에서 주요 인사들의 영향력을 확인할 기회가 줄어들게 됐다. 미국과 함께 탄소배출국 1, 2위를 다투는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도 불참 의사를 밝혀 회의 개막 전부터 김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대신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장국을 맡은 UAE는 이번 회의 기간에 각국 정부와 원유 거래를 논의할 계획을 세웠던 사실이 들통나면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다. 전날 BBC 방송은 비영리단체 기후보고센터와 공동으로 입수한 유출 문서를 토대로 UAE가 중국·브라질·독일·이집트 등 15개국과 원유·천연가스 거래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UAE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부인했지만 총회가 열리는 2주 동안 당사국 간 다양한 접촉이 이뤄지며 이 같은 거래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한 술탄 알자베르 COP28 의장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총회에서 더욱 구체적이고 강력한 실효성을 가진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지난 16일 입장문을 통해 “이제까지의 약속 이행 사항을 검토하고, 2035년까지 60%의 배출량을 감축하는 목표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발표돼야 한다”며 “다양한 목표 격차를 해소하는 이행 경로의 수정을 담은 강력한 결과가 도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흥국들은 선진국을 상대로 기후변화로 인한 손실 보상 방안 마련 등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COP28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 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전 지구적 이행 점검’(GST)의 첫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당시 지구온난화 재앙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 가능하다면 1.5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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