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정당’ 여지 남긴 이재명…오늘 의총 ‘선거제 격돌’ 예고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를 두고 진통을 겪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당대표 선거·대선 공약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이다. 이 대표가 공약 파기를 시사하자 당내에선 “지도자로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29일 민주당 의원 75명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요구에 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즉석 유튜브 방송에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며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동형 비례제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 약속을 뒤집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민주당은 이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 여부 등 선거제 관련 개편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를 예정했다가 30일로 하루 미뤘다.
이 대표는 병립형 비례제로 회귀하거나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비례 위성정당을 만드는 방안 중 하나를 고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병립형 비례제로 돌아가면 민주당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일 때보다 더 많은 비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더라도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병립형 비례제를 도입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병립형 회귀와 위성정당 창당 중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이 대표의 대선 공약 파기가 된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지난해 3월 대선과 8·28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연동형 비례제 확대와 위성정당 방지를 수차례 약속했다. 이 대표는 8·28 전당대회 출마선언문에서 “비례 민주주의 강화와 위성정당 금지”를 공약하며 “약속을 지켜온 저 이재명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8·28 전당대회 전 당원 결의문에서 “정치공학이나 선거의 유불리, 앞으로의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명분보다는 현실’이 중요하다고 말하자 당내에서는 지원 발언이 쏟아졌다. 이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가장 나쁜 형태의 위성정당이 나왔던 제도를 다시 뜯어봐야 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서 여야가 합의해야 한다”면서 병립형 회귀에 힘을 실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현행 연동형 제도로 가되,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하고 우리도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요구하는 의원들은 “병립형 회귀와 기득권 고수는 참패와 자멸의 길”이라고 반론했다. 강민정·김두관·민병덕·민형배·송재호·이학영·장철민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으면 민주당과 연대할 정당, 민주당과 연합할 정당이 의석을 갖게 되고 민주당이 다당제 연합정치를 주도할 수 있고 국민의힘은 고립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부겸·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약속을 저버린 정치퇴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약속을 파기하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홍영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선거에 이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옳은 정치를 해야 선거에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SNS에 “선거 승리를 위해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선거제 퇴행으로 가겠다는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윤나영·탁지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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