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들고나온 남자CEO…“변태소리 들었지만, 아내위해 시작했죠”

이호준 기자(lee.hojoon@mk.co.kr) 2023. 11. 2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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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주기를 비롯한 여성 건강관리·난임 셀프케어 앱 '먼슬리씽'을 만든 씽즈의 이원엽 대표는 가족의 고통을 계기로 여성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아내의 자궁근종이 정상범주보다 커서 하혈을 하거나 통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의 생리주기 및 통증 조절 등 셀프 케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회용 순면 생리대를 생산하는 지앤이헬스케어의 장영민 대표도 주변 지인의 고통으로부터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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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즈·지앤이헬스케어·업드림코리아
여성산업 뛰어든 남자 CEO들 ‘눈길’
“길거리에서 제품을 홍보할 때 여성들로부터 ‘변태’ 소리까지 들어봤죠. 그래도 제품이 좋다고 칭찬받을 때면 이 사업을 하길 잘 했다는생각이 듭니다.”(장영민 지앤이헬스케어 대표)

“아내와 함께 난임센터를 다니면서 여성 건강관리와 난임은 여성 혼자가 아닌 부부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이원엽 씽즈 대표)

생리 주기를 비롯한 여성 건강관리·난임 셀프케어 앱 ‘먼슬리씽’을 만든 씽즈의 이원엽 대표는 가족의 고통을 계기로 여성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아내의 자궁근종이 정상범주보다 커서 하혈을 하거나 통증을 겪는 경우가 많았다”며 “여성의 생리주기 및 통증 조절 등 셀프 케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 여성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일부 여성 소비자들이 ‘남사스럽게 남성이 왜 이런 시장에서 서비스를 하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회사 SNS 계정뿐만 아니라 내 개인 계정으로까지 보내왔다”고 회상했다.

‘남성의 불모지’로 여겨졌던 여성 산업에 뛰어든 남성 스타트업 CEO들이 있다. 창업 초기에는 여성 소비자들의 비난이 잇따랐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여성 직원이나 여성 소비자와의 깊은 소통을 통해 얻은 객관적인 정보들을 가지고 회사를 경영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여성산업의 문제는 남녀 모두가 해결해 나가는 것이지, 성별을 구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다회용 순면 생리대를 생산하는 지앤이헬스케어의 장영민 대표도 주변 지인의 고통으로부터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2004년 즈음 생리통이 심해 너무 힘들다는 지인의 얘기를 듣게 됐다는데 약물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나 예방책이 있을까 검색하다가 당시 면으로 생리대를 제작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여성들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했다. 장 대표는 “2006년 시제품을 만들어 명동에서 판매했는데 일부 여성 소비자들이 ‘더럽다’, ‘변태스럽다’며 격하게 비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생리대 한 팩을 사면 한 팩을 저소득층 아이에게 기부하는 ‘착한 생리대’ 브랜드 ‘산들산들’을 만드는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 대표는 “생리대를 살 돈이 없는 저소득층 소녀들이 학교를 안 간다는 기사를 봤는데 이 아이들을 위해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생리대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고심 끝에 창업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씽즈가 개발한 ‘먼슬리씽’ 앱은 생리 주기를 기록할 수도 있고, 임신 확률이나 생리용품 사용량도 체크가 가능하다. 여성건강 케어 제품의 맞춤 배송 등 다양한 기능도 제공한다. 현재 20만명 이상 여성고객이 이 앱을 이용하고 있다.

지앤이헬스케어는 유기농 순면 다회용 면생리대 브랜드인 한나패드 외에도 생리팬티, 생리컵, 유기농순면 일회용 생리대, 다회용 요실금 팬티 등 주로 친환경 생리·위생용품을 제조 및 유통하고 있다. 대부분 유기농 순면소재를 사용하고, 다회용 제품들이라 환경과 신체에 영향을 덜 준다.

업드림코리아는 생리대 ‘산들산들’을 통해 지금까지 누적 530만장이 넘는 생리대를 기부했다. 품질이 뛰어나고 오래 앉아있어도 발진이 생기지 않는다. 질감도 부드럽고 흡수율까지 좋아 ‘착한 생리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원엽 대표는 “이미 여성 관련 산업에서 많은 남성 CEO들이 일을 하고 있다”며 “사업 성공을 위해 능력을 집중한다면 성별에 상관없이 누구나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영민 대표는 “요즘 남성 제품을 취급하는 여성 창업자도 많다”며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맞아 남성과여성이 서로 이해하고 협업한다면 소비자에게 더 좋은 제품과 아이디어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웅 대표는 “산업에는 성별이 없고 창업가라면 소비자의 필요를 만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런 소명의식이 큰 가치의 회사를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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