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조사 비합리적” vs “과학적 근거 제시해라”···정부·의협 또 신경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확대 등 필수의료 문제를 논의하기 만나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정부와 의협은 의대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각각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수가 인상 등 필수의료의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에는 공감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29일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는 지난 26일 의협이 총파업을 언급하며 강경투쟁 자세를 보인 뒤 처음 열렸다. 앞서 지난 22일 18차 회의에서 의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불만을 표하며 시작 30분만에 퇴장했다.
의협은 이날 모두발언에선 파업 등 집단행동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가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현재도 학생들과 교수들이 불안한 환경에서 의학 교육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인원의 3∼4배를 뻥튀기해 발표하는 수요조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지 않다”며 “합리적이지 못한 수요조사와 짜맞추기식 현장 점검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회의 때 의협 협상단이 자리를 뜬 것과 집단행동을 언급한 것을 비판하면서 “정부의 노력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의협이 의사 증원이 필요하지 않다며 내세운 근거들을 하나씩 반박했다.
애초 의협은 강경투쟁의 하나로 의료현안협의체 중단 등도 고려하다 지난 26일 의사 대표자회의에서 지속을 결정했다. 양 단장은 “정부가 9·4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울분을 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의협 협상단이 오늘 협의체 자리에 앉은 것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 있는 우리나라의 필수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의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는 그간 필수의료 분야를 살리기 위해 추진해 온 다양한 보상 강화정책을 의협 측에 설명하고, 앞으로도 공급 부족·수요 감소 의료분야를 비롯한 집중 투자필요 분야를 발굴해 재정 투입 확대 등 적극 보상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협도 수가 확대에 공감하며 복지부에 지불체계 개선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다음 회의에서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의협 양측이 생각하는 의사 정원에 관한 과학적·객관적인 데이터도 각각 정리해 논의를 지속하기로 했다.
의료현안협의체 제20차 회의는 다음 달 6일 열릴 예정이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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