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호두까기인형' 시즌…발레 팬 설렌다
매년 거듭되는 인기에 공연 기간·회차 늘려
'목각인형 vs 아역 무용수' 대결 볼만
정은지-곽동현, 이유림 등 주역 데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다시 찾아온 연말,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안 보면 섭섭한 시즌이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인형’을 준비 중이다. 특히 두 발레단 모두 예년보다 공연 기간 또는 회차를 늘려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호두까기인형’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면 올해가 ‘딱’이다.
초연 참패했지만…연말 대표 발레 공연 자리매김
사실 ‘호두까기인형’은 처음엔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었다. 초연 당시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발레는 매우 파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인공이 어린 소녀인 탓에 다른 발레처럼 애틋한 로맨스를 표현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초연 이후 여러 안무가의 손길을 거치면서 ‘호두까기인형’은 지금과 같은 연말 대표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도 ‘호두까기인형’에 대한 인기는 매우 높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의 2022년 공연 시장 결산 자료에 따르면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은 연말에만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무용 티켓 예매 순위 상위권을 나란히 차지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양대 발레단은 올해 공연을 대폭 늘렸다. 국립발레단은 오는 12월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총 20회 공연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총 16회에 걸쳐 관객과 만난다. 국립발레단 공연은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은 코리아쿱오케스트라가 각각 연주한다.
스토리 차이 없지만 세부적 설정 달라
스토리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세부적인 설정이 다르다. 특히 주인공 이름이 그렇다.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서 주인공 소녀는 클라라로 등장한다. 반면 국립발레단 버전의 주인공 이름은 마리다. 또한 유니버설발레단 버전에선 호두까기인형이 목각인형으로 등장하지만, 국립발레단 버전에선 아역 무용수가 호두까기인형을 직접 연기한다. 이 밖에도 장면별 무용수 구성과 피날레 등에서도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발레단의 작품을 서로 비교해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호두까기인형’은 발레단의 미래를 책임질 신예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거듭나는 등용문이기도 하다. 국립발레단은 코르 드 발레(군무를 담당하는 무용수)로 활동 중인 단원 정은지, 곽동현이 처음 주역으로 나선다. 정은지는 2021년 국립발레단 ‘주얼스’에서 ‘루비’의 솔리스트 역으로 관객에 눈도장을 찍었다. 곽동현은 ‘호두까기인형’ 지방 공연에선 주역을 맡은 바 있으나 서울 공연에서 주역으로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립발레단에 따르면 두 무용수 모두 여러 작품을 통해 실력을 인정받아 이번에 새로운 주역으로 발탁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10월 솔리스트로 입단한 이유림을 주역으로 내세운다. 이유림은 헝가리 국립발레단 솔리스트로 7년간 활동한 실력파 무용수다. 지난 10월 ‘돈키호테’에서 수준 높은 기량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 측은 “이유림은 탄탄한 기량과 안정감으로 앞으로의 활약이 더 기대되는 무용수”라고 소개했다. 이유림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민우와 함께 페어로 호흡을 맞춘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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