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구적 ‘온실가스 감축’ 이행점검… 배출량 9위 韓 큰 부담

이정우 2023. 11. 29.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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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기후변화협약 COP28
총 198개국 대표단·관계자 등 참석
파리협정 이후 첫 결과 발표 예정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의제 전망
G20 중 하위권… 감축 압박 커져
국제인사들 ‘산유국 부담금’ 서한

글로벌 기후변화 위기 극복을 위해 세계 198개국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COP28)에서 머리를 맞댄다.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이 목표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 G20 국가 중 1인당 탄소배출량 2위라는 불명예를 안은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실질적인 목표와 이행 의지를 재차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어서 부담이 크다. 특히 2021년 문재인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을 통해 2018년 대비 40%로 대폭 확대한 바 있고,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정부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기후위기 해결하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에서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2.5m에 달하는 타이어 조형물로 자동차 탄소 배출 문제를 경고하고 ‘탄소 악당’과 ‘기후 리더’ 양 갈래 표지판을 통해 자동차 업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남제현 선임기자
환경부는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하는 COP28에 한화진 장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대표단이 참석한다고 29일 밝혔다. COP28에는 198개국 대표단과 기후·환경단체 관계자 등 약 7만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COP28에는 파리협정 이후 처음 ‘전 지구적 이행점검’(GST) 결과를 발표하고, 이를 기점으로 앞으로 5년마다 점검 결과를 공개하게 된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채택한 합의안이다. 최악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아래로 억제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UNFCCC는 COP28에서 공개될 평가 결과에 대해 “17가지 주요 기술 연구 결과 중에 파리협정의 온도 목표와 부합하는 결과는 없었다”며 “기존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9위에 오르는 등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을 늘리자는 강화된 합의안이 나오게 되면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도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유럽연합(EU)과 의장국인 UAE, 미국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10년 내 3배로 확대하자는 의제를 꺼내들 예정인데, 이 또한 우리로선 부담이다. 비영리 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1년 기준 재생에너지발전비중은 17%로 G20 국가 중 사우디아라비아(1%), 인도네시아(15%)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이번 COP28에서는 지난 COP27에서 조성하기로 합의된 ‘손실과 피해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질 전망이다. 손실과 피해 기금 기후위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기금이다. COP28에서는 누가 기금을 운영할 것인지, 재원은 선진국이 마련할지, 자발적으로 마련하는지, 수혜국을 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COP28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유동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도 있고, 협상에서 먼저 입장을 꺼내는 것은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EU 27개국은 올해 COP28에서 탄소포집 등 배출량 감축을 거치지 않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합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COP27에서도 EU 등을 주축으로 유사한 협상안이 제시됐지만 200여개국 중 80여개국만 지지하는 데 그쳤다. COP28 정상회의를 앞두고 주요 선진국 상당수는 여전히 화석연료 퇴출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작년과 같은 상황이 펼쳐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관리청은 올해 미국 연간 원유 채굴량이 1290만배럴에 달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10년 전 생산량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가스 생산량도 멕시코만 연안의 신규 가스전 개발로 올해 최대치가 경신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정부는 지난 7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북해 유전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신규 유전과 가스전 수백곳에 개발 허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16년 파리협약의 목표인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새 석유·가스 탐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COP28을 앞두고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가 이끄는 70명의 세계 지도자들과 주요 경제학자들은 주요 산유국에 250억달러(약 32조2400억원)의 부담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서한에 서명했다. 올해 주요 산유국들은 전년 대비 3810억달러(491조8700억원) 증가한 총 9530억달러(1230조3200억원)의 화석연료 수출 수입을 올렸다.

이정우·윤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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