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농수산물 할인사업 그만두어야

김충제 입력 2023. 11. 2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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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구니 물가가 높아지자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면서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할인지원 예산은 1080억원이며, 해양수산부는 640억원이다. 농식품부는 김장재료 비축물량을 방출하면서 245억원을 투입, 30%를 할인하고 있다. 해수부도 천일염, 명태, 오징어 등 비축물량을 30~60% 할인된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할인행사는 수년 전부터 명절, 김장철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와 달리 할인 혜택을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가 챙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비축물만 할인될 경우 판매자는 싸게 들어 온 정부비축물을 일반 농수산물과 같은 가격에 팔 유인이 생긴다. 정부비축물과 일반 농산물이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매대를 별도로 두게 하거나 가공해 공급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대, 가공에는 모두 비용이 들어간다. 정부는 이를 제대로 지키는지 점검을 한다. 한편 할인이 일반 농수산물에도 적용될 경우에는 판매자가 미리 가격을 올려놓고 할인하여 실상은 원래 가격을 다 받는 행태가 나오게 된다. 국내 농산물처럼 단기간에 공급이 늘어나기 어려운 품목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현장 점검을 한다. 그러나 전국의 유통망을 철저히 점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 결과 할인 혜택의 상당 부분은 판매자에게 흘러간다.

그래도 정부가 비축 농수산물을 손해를 보며 할인해 주니 국민은 덕을 보는 것일까? 그러나 그 할인은 결국 우리 혹은 미래세대가 낼 세금으로 정부가 제공하는 것이다. 국민경제 관점에서 보면 할인사업은 우리가 낸 돈을 돌려받는 일이다. 정부가 농수산물 할인으로 선심 쓸 것이 아니라 차라리 소득세를 깎아주는 것이 낫다.

소득재분배 효과는 있을까? 그러나 할인 혜택은 저소득층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예컨대 김장재료 할인은 가장 어려운 계층인 독거노인에겐 도움이 안 된다. 이들은 대부분 김장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에만 할인을 적용하는 것은 자존감 훼손, 행정비용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 할인예산으로 차라리 취약계층에 김치 선물을 하는 것이 낫다. 한편 할인이 농수산물 소비를 진작, 농어민 소득향상에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농어민 지원이 정책목표라면 차라리 직접지원을 하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한편 농수산물 할인사업은 이를 악용하는 판매업자에게 소득을 이전하는 재분배 효과도 초래한다. 그러나 이것이 할인사업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반면 이 사업에는 많은 비용이 따른다. 먼저 운영비가 있다. 전체 예산의 최소 1%는 운영비이다. 그리고 판매자의 할인사업 악용을 막기 위한 매대, 가공, 현장점검 비용이 들어간다. 이러한 정부개입은 사중손실(deadweight loss)도 발생시킨다. 시장에 참여하지 않던 생산성 낮은 공급자와 관심이 낮은 소비자가 시장에 참여하여 발생한 비효율을 말한다. 또한 이 사업은 판매자에게는 악용의 유인을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의구심을 갖게 하여 사회적 신뢰에도 악영향을 준다. 이 모든 비용은 할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정책효과에 비해 문제가 많은 할인사업은 그만둬야 한다. 그러나 민생안정이라는 명분으로 이 사업은 계속 커가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해수부의 내년도 할인상생 예산은 1338억원으로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증액됐다. 정부의 인기영합 정책을 위해 국가경제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정부 비축물의 가격은 공판장 낙찰가격을 따라야 한다. 그러면 가격은 자동으로 안정된다. 가격을 더 낮추고 싶으면 물량을 더 풀면 된다. 이것이 시장을 존중하는 정부의 가격개입 방식이다.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는 할인행사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전하는 데 재정을 더 투입하기 바란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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