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찬 칼럼] 이준석 바람이 점점 꺼져가는 세 가지 이유

2023. 11. 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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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장·정치평론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보수의 심장이자 본산인 대구광역시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보수 진영의 문을 두드렸다. 가깝게는 지난 26일 대구를 방문해 토크 콘서트를 가졌고 성황을 이뤘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0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가시화한 이후부터 이른바 '이준석 신당' 바람은 점차로 커지기보다 꺼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기 시작한 10월 초만 하더라도 '이준석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예상을 초월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일부 여론 조사 결과는 대구경북에서 이 전 대표가 이끄는 신당에 대한 기대감이 다른 정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결과까지 나올 정도였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달 21∼22일 실시한 조사(전국 1015명 무선가상번호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 응답률 6.2%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유승민·이준석 신당이 창당될 경우 어느 정당을 지지할지' 물어보았다. 더불어민주당 38.1%, 국민의힘 26.1%, 유승민·이준석 신당 17.7%, 정의당 3.1% 순이다. 새로운 보기를 포함하지 않고 일반적인 정당 지지도 문항 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민주당의 지지도는 8.5%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4.3%포인트 줄었다. 유승민·이준석 신당에 대해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 모두 관심을 보이고 기존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라도 유승민·이준석 신당을 지지하는 결과로 나왔다.

종합해보면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하면 당선이 되는 지역구에서는 특히 수도권 지역구에서는 이준석 신당이 출현하면 국민의힘 후보자들에게 위협이 되고 준연동형 비례 대표 제도에서 내년 총선이 치러진다면 비례 대표 경쟁은 더불어민주당도 유승민·이준석 신당과 경쟁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이준석 신당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로 가라앉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전국1001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3.1%P 응답률13.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중심으로한 신당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준석 중심 신당 창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좋게 본다'는 의견이 38%,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이 48%로 나왔다. 이 전 대표가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 대구경북은 '좋게 본다'는 답변이 33%로 전체보다 낮았다.

2030 MZ세대도 긍정보다 부정 응답 비율이 더 높았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이준석 중심 신당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는 의견이 74%로 압도적이었다. 한 달여 사이에 이 전 대표의 여론 영향력이 축소된 모양새다.

이준석 전 대표의 확장성이 주춤한 배경으로 세 가지를 꼽는다면 우선 철학(Philosophy)이다. 기존 정당인 국민의힘, 민주당과 비교할 때 어떤 개념의 정치 세력화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다보니 보수, 중도, 진보에서 거점 마련이 안 된다. 두 번째로 정책(Policy)이다. 이 전 대표는 언필칭 청년 정치의 선봉장이다. 그런데 젊은 세대가 열광할 만한 정책을 내놓았다는 기억이 없다. 이준석 신당에 대한 여론 반응도 2030 MZ세대로부터 열화와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People)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신당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현역 의원들 중 여야를 막론하고 이준석 신당에 합류하겠다는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 전 대표 라인으로 인식되는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천아용인)마저도 신당에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총선 출마가 유력시되고 전국적인 행보를 시작하자 이 전 대표에 대한 관심도는 부쩍 줄어든 셈이다.

이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 세력으로부터 무엇인가를 받아내려고 하는 것보다더 급선무는 신당의 철학, 정책, 사람의 '3P'를 제대로 확보하는 일이다. 이준석의 운명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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