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원형 보존' 고성 최동북단 GP 복원 위해 문화재청과 협의

'9·19합의' 따라 장비·병력 철수 뒤 문화재 등록
北 '합의 파기' 대응 차원서 우선 재가동 전망

북한군이 2018년 철거했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구역에서 목재 구조물을 다시 짓고 있다. (국방부 제공) 2023.11.27/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김일창 기자 = 북한이 최근 '9·19남북군사합의' 파기선언 이후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복원에 나섬에 따라 우리 군 당국도 그 상응 조치 차원에서 DMZ 내 '원형 보존 GP'를 우선 복원 및 재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국방부와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방부는 이날 문화재청과 '원형 보존 GP'의 현상 변경 절차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원형 보존 GP'(강원도 고성 최동북단 GP)란 지난 1953년 한국전쟁(6·25전쟁) 정전협정 체결 직후 우리 측 지역에 설치한 첫 GP다. 북한군 GP와의 거리는 약 580m로 불과하다. 이는 DMZ 내 남북 GP 간 거리 가운데 가장 짧은 것이다.

남북한 당국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열린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간 회담을 계기로 서명한 '9·19합의' 제2조1항에서 'DMZ 내 GP를 전부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상호 1㎞ 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들을 완전히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당시 남북한은 DMZ 내 GP 각 11개소를 골라 이 가운데 10곳은 완전히 철거했고, 나머지 1곳은 병력·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은 보존토록 하는 조치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남아 있는 '원형 보존 GP'를 현재 우리 군 당국이 다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이다.

그러나 '원형 보존 GP'는 2019년 6월 국가등록문화재 제752호로 등록됐기에 이를 다시 이용하기 위한 내부 수리 등을 진행하려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강원도 고성 최동북단 GP. (문화재청 제공) 2019.2.14/뉴스1

문화재청 관계자는 "'원형 보존 GP'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수리하려면 문화재청의 현상 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고,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심의도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문화재심의위는 월 1회 열린다"며 "만약 국방부가 빠른 조치를 원한다면 내달 심의 안건으로 올려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북한은 앞서 23일 국방성 명의 성명에서 '9·19합의'의 전면 무효화를 선언했다. 그리고 24일부터 DMZ 내 북측 지역에서 북한군 GP의 시설물을 복원하는 정황이 우리 군 당국에 포착되기 시작했다.

비슷한 시기 서해안 남북 접경지 일대 북한 해안포 진지의 포문 개방 건수도 급증했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에선 권총으로 무장한 북한군 경비요원의 모습이 식별되기도 했다.

북한 측의 이 같은 행위는 모두 9·19합의 위반에 해당한다. 우리 측이 북한의 21일 정찰위성 발사에 맞서 22일 오후 3시부로 9·19합의 중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 설정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조치를 취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합의 무효화를 선언하고 접경지 일대 군사적 조치를 2018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는 '원형 보존 GP' 복원 및 재이용 여부에 대해 "우리 군의 작전사안은 장병 안전과 군사보안 관계상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