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현희 전 연인 전모씨 구속 기소···‘경호원 행세’ 20대 남성도
전씨, 성별 바꿔가며 ‘맞춤형 현혹’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42)와 재혼한다고 밝힌 이후 수십억원대 사기 혐의가 드러난 전모씨(27)가 구속된 채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씨의 경호원 행세를 하며 사기에 가담한 20대 남성도 함께 구속 기소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박명희 부장검사)는 유명 기업인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피해자 27명으로부터 3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전씨와 공범 A씨를 29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전씨와 A씨는 지난 3월부터 10월까지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며 해외 비상장주식 투자금 등 명목으로 피해자 22명으로부터 도합 27억 2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피해자 5명으로부터 합계 약 3억 5800만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
피해자들은 전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지인 및 ‘재테크 강의’ 수강생, 펜싱학원 학부모 등으로 90% 이상이 20대~30대 사회초년생이었다. 전씨는 지난 6~7월 이들에게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가짜 주민등록증과 한 회사의 대표이사 명의의 용역 계약서를 위조해 제시한 혐의(사문서·공문서 위조)도 있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다양한 방법으로 부를 과시하고 성별을 바꿔가며 ‘맞춤형’으로 피해자를 현혹했다. 앞선 사기로 편취한 금액으로 국내 최고층 빌딩 소재의 월세 3500만원짜리 레지던스를 3개월 임차해 피해자들을 초대하고, 슈퍼카 여러대를 임차해 과시하기도 했다.
전씨는 모 호텔 재벌그룹의 ‘숨겨진 자녀’로 행세하려 경호원 4~5명을 상시 대동하고 기자 역할 아르바이트를 이용해 ‘기습 인터뷰’ 상황극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평범한 신용카드를 개조해 가짜 블랙카드를 만들어 명품 매장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어색한 한국말을 구사하며 미국 교포 행세를 하거나 “미국 나스닥 모 상장사의 대주주”라고 주장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경호원 행세에 동참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나도 피해자’라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검찰은 A씨가 전씨로부터 계좌로 피해금 중 21억원 이상을 송금받아 관리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로 전환했다. A씨는 피해금 중 약 2억원을 취득했다. 그는 고급 레지던스와 슈퍼카를 자신의 명의로 단기 임차해 전씨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협의해 공범 및 여죄 관련 수사를 면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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