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매파 "금리인하 시작 가능"···달러가치 4개월來 최저
월러 "낮은 인플레 지속땐 적절"
애크먼 "내년 1분기에 내릴듯"
월가선 "5월 인하 가능성 80%"
달러가치 이달에만 3.6% 하락
10년물 수익률 4.2%로 낮아져
금값 2040弗, 6개월 만에 최고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가 정점(peak)을 찍었다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금리 인하 시점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 매파 인사까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발언을 내놓자 시장에서는 연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기간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화 가치와 미 국채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금값은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 당겨질 듯=2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미국 경제가 악화되면서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5~6월로 예상됐던 금리 인하 예측 시점도 빨라지고 있다. 연준 당국자와 금융시장 거물들은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연준 내 대표적 매파 인사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이날 “인플레이션율이 낮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몇 달 더 지속된다면, 그것이 3개월, 4개월 혹은 5개월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정책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월러 이사의 이 같은 발언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며 더 나아가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만으로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현 통화정책이 경제 과열을 식히고 물가 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커지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간 나오는 경제 데이터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비라일리웰스의 아트 호건 수석시장전략가는 이와 관련해 “월러 이사의 발언이 이렇게까지 비둘기 쪽으로 기운 적은 없었다”며 “많은 연준 당국자의 발언이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가운데 이번 발언은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지펀드계 거물로 ‘리틀 버핏’으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도 이날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않으면 경착륙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의 스와프 시장 데이터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내년 6월 연준의 금리 인하를 확신하고 있으며 5월 인하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 애크먼 회장은 이보다 빠른 시점에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인데 이의 근거로 미국 경제가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실질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미국 경제가 약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주요 투자은행들은 내년 중반 연준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마이클 개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앞서 브리핑에서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2024년 6월부터 분기당 0.25%포인트 속도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가치 4개월 만에 최저=금리 인하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고 달러의 단기 대체재
인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2.60으로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달러화 가치는 이달에만 3.6% 하락해 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전일 대비 4.3bp(1bp=0.01%포인트) 하락(채권 가격 상승)한 4.281%를 나타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하면 65.1bp나 떨어진 수치다. 불과 지난달 23일 장중 5.022%를 찍으며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5%대에 고착할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한 방향 전환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달 30일 발표되는 미 개인소비지출(PCE)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값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금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다른 통화를 가진 투자자에게 저렴한 투자 대상으로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날 금 현물은 1.35% 오른 온스당 2040.87달러로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도 이날 뉴욕 시장에서 8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1.10달러를 넘어섰다.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다음 회의는 12월 12~13일로 예정돼 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간 기준 연준이 12월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96.1%에 달했다.
다만 연준 내에는 여전히 미국의 경제 전망이 불확실하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매파적 목소리도 있다. 미셸 보먼 연준 이사는 이날 유타주 은행연합회 행사에서 “물가 상승률을 목표 수준인 2%로 적기에 되돌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려 통화정책을 충분히 긴축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지속해서 기대하는 경제 전망의 기본 시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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