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재난과 스위스 치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입력 2023. 11. 29. 17:09 수정 2023. 11. 30.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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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스위스 치즈 모델'이라는 게 있다.

재난 역시 그 원인이 되는 허점, 즉 구멍은 언제나 있다.

깃털 같은 작은 사고로도 모든 구멍이 연결돼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재난을 막으려면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한꺼번에 뚫리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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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설명하는 이론 중에 '스위스 치즈 모델'이라는 게 있다. 스위스 치즈에는 구멍이 많지만 물이 새지는 않는다. 구멍이 일렬로 정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난 역시 그 원인이 되는 허점, 즉 구멍은 언제나 있다. 최근 일주일 새 네 번이나 먹통이 된 행정 전산망을 예로 들어보자. 노후 장비 구멍은 언제나 있었고, 문제가 생기면 땜질식으로 대응하는 구멍 역시 생긴 지가 오래됐다. 전산망을 조각내서 다수의 중소기업에 발주하는 구멍은 10년 전에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전산망 전체를 놓고 큰 그림을 보는 능력이 훼손되는 구멍도 생겨났다. 이런 구멍들 탓에 최근 5년간 연평균 1만7113건의 장애가 발생했지만 전국적으로 전산망이 먹통이 되는 '디지털 재난'에는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낙타가 쓰러지는 건 깃털같이 가벼운 마지막 짐 하나 때문이라고 했다. 구멍은 그냥 놔두면 더욱 커진다. 근처에 또 다른 구멍도 여러 개 낸다. 결국 구멍 사이의 틈이 아주 좁아진다. 깃털 같은 작은 사고로도 모든 구멍이 연결돼 재난이 발생하게 된다. 행정 전산망 먹통 역시 마찬가지다.

먹통 원인이 된 '라우터 모듈 포트 이상' 자체는 재난이라고 할 수 없다. 원인을 파악해 발표하기까지 일주일이나 걸린 게 진짜 재난이다. 내구연한이 지난 장비를 제때 교체하지 않고 땜질식으로 고쳐 쓴 허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 당일 예년보다 인파가 30%나 더 몰렸다. 반면 현장에 배치된 경찰 수는 턱없이 부족했다. 112에 압사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접수됐으나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구멍 중에 하나만 막았어도 참사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재난을 막으려면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한꺼번에 뚫리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시스템을 튼튼하게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최종적 책임은 주무장관을 비롯한 정부·지자체·국가의 리더에게 있다. 실무자는 개별 구멍만 책임지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강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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