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진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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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연시 모임에도 인공지능(AI)은 풍성한 화젯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는 최근 한국은행이 낸 'AI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이름의 보고서다.
그래서 학자 중에는 AI 연구자들을 직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더 유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듯 AI가 직업에 미치는 효과는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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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땐 큰 대가 따르는
전문직 넘보긴 힘들어
업무성과는 편차 좁아져
보상체계 등 변화 필요
이번 연말연시 모임에도 인공지능(AI)은 풍성한 화젯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 하나는 최근 한국은행이 낸 'AI와 노동시장 변화'라는 이름의 보고서다. 모처럼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인 데다 AI가 341만개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고 의사, 회계사,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더 위험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성형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감히 예언하면 의사, 회계사, 변호사는 오히려 생성형 AI로부터 가장 안전한 직업에 속한다. 필자의 말을 믿기 어렵다면 옥스퍼드대학의 프레이와 오즈번 교수의 의견을 참고해도 좋다. 10년 전쯤 현존하는 직업의 47%가 조만간 컴퓨터로 대체될 수도 있다고 예측해서 우리를 경악시켰던 바로 그분들이다. 이들에 따르면 실수하면 큰 대가를 치러야 하고, 회복도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생성형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작다. 이런 직업들의 다수는 자격증 없이는 행할 수 없게 돼 있는데 이것도 AI가 넘보기 어려운 진입장벽이 된다.
기술 진보가 직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무를 '대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하는 것이다. 내가 수행하는 직무가 대부분 AI로 대체된다면 내 직업은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직업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보스턴대학의 베센 교수는 1950년에 존재한 270개의 직업을 추적했는데, 이후 60년 동안 없어진 직업은 '엘리베이터 조작원' 단 한 개뿐이었다. 더구나 엘리베이터 조작원은 원래 안내원의 역할도 겸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소멸한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물론 AI라면 '이번엔 다르다'가 적용될 수도 있다. 실제로 챗GPT의 출시 직후 프리랜서 집필가에 대한 업무 의뢰가 횟수로는 2%, 수입은 5% 줄어들었다는 연구도 있다. 그래서 학자 중에는 AI 연구자들을 직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더 유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튜링테스트로 상징되는 AI 연구개발의 목표는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는 결국 인간의 직무를 대체하는 발명에 집중하는 경향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정말 그렇다면 연구개발 지원 방향의 설정 등 정책적 개입을 통해 AI의 발전을 직업과 고용에 유리하게 이끌 여지도 있는 셈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의 최근 실험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활용은 업무 생산성을 평준화하는 효과가 있다. 성과가 낮았던 직원은 크게 덕을 보지만, 높았던 직원이 얻는 혜택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기존의 고성과자들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만하다. AI의 성능을 높이려면 고성과자의 지식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하느냐의 문제도 생긴다. 한편 업무에 따라서는 AI의 이용이 오히려 생산성을 낮추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AI가 잘 못하는 복합적 성격의 업무까지 AI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AI가 막상 도입되더라도 생산성 향상 효과로 이어지려면 업무와 조직, 보상체계 등 다양한 변화가 수반돼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 AI가 직업에 미치는 효과는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는 그중 아주 일부만을 엿보기 시작하고 있다. AI로 인해 자신의 직업이 위협받을 것을 걱정하기보다는 주어진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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