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더 뛰자, 대신 내년에도 주장은 너야”···KT가 최고참 박경수를 놔주지 않은 이유

김은진 기자 입력 2023. 11. 29. 17:00 수정 2023. 11. 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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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KT 감독과 박경수가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정규시즌이 끝나가던 9월의 어느날, 박경수(39·KT)는 이강철 KT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강철 감독이 진로에 대한 계획을 물었다. 그때까지 구단과 이야기를 나눈 바는 없었지만 올시즌 부진했던 박경수의 마음은 ‘은퇴를 해야 되겠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박경수의 상황을 알기에 생각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던 이강철 감독은 “1년 더 같이 하자”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조건을 달았다. “대신 주장은 계속 맡아야 된다”고 했다. 이강철 감독은 ‘리더 박경수’와 1년 더 함께 가기를 원했다.

이강철 감독은 고참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령탑이다. 취임 당시 “절대 어린 선수들만으로는 시즌을 치를 수가 없다. 실수를 하더라도 메워줄 고참이 있어야 어린 선수들도 부담을 덜고 성장할 시간을 벌 수 있다”며 선수에 따라서 베테랑은 성적 이상의 가치를 지닌 중요한 존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하위권이던 KT를 빠른 시간 안에 상위권으로 올려놓을 수 있었던 동력으로도 “좋은 고참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늘 말한다. 이강철 감독은 2019년 KT를 맡아 사령탑으로 데뷔하면서 바로 6위로, 그 이듬해 2위로, 3년차인 2021년에는 통합우승으로까지 올려놨다. 초보 감독으로서 최하위였던 팀을 끌어가야 했던 시절 곁에서 선수단과 소통을 도와준 유한준과 박경수에게 특히 큰 고마움을 대외적으로 여러 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KT의 오랜 주장이다. KT가 신생팀이자 꼴찌에만 머물던 설움의 시절, 2016~2018년 주장이었던 박경수는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부터 2년간은 최고참 유한준에게 주장을 넘기고 ‘부주장’으로 옆에서 도왔다. 유한준이 우승 뒤 은퇴하면서 최고참이 된 박경수는 2022년 다시 2년간 주장을 맡았다. KT는 선수단 내 어떤 잡음도 내지 않고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 감동의 통합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MVP였던 박경수는 올해 타율 0.200(185타수 37안타)에 머물렀다. 최근 3년 평균 타율이 2할에 미치지 못했지만 타율 이상의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감독과 구단의 판단이다. 확실한 리더 역할을 중고참 중 한 명이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아직은 ‘주장 박경수’가 더 필요하다 여기고 있다.

사령탑의 말은 선수를 감동시켰다. “제가 이런 복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자신 때문에 감독과 구단이 비난의 시선을 받을까봐 고민도 했다. 결국 감사한 마음으로 감독의 뜻을 함께 하기로 했고 시즌 마지막도, 포스트시즌도 함께 치러낸 뒤 내년을 준비하고 있다.

박경수는 “마지막 시즌이라 생각하고 뛰었는데 미안하고 창피한 마음이 정말 커서 은퇴 쪽으로 기울어 있을 때 감독님이 얘기해주셨다. 기술적인 결과보다 고참으로서 주장 역할을 더 기대하시는 것으로 느꼈다. 항상 잘 도와준 후배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내야수 후배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크다”며 “구단과 감독님은 ‘필요하다’ 하시지만 나도 받은 것이 많기 때문에 희생이라고 하면 충분히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만큼 잘 해야 된다는 부담도 있지만 당연히 갖고 가야 할 기분 좋은 부담감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2015년 1군리그에 합류한 KT는 내년 10시즌째를 맞이한다. 그 중 총 6시즌째, 박경수가 KT의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게 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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