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학기술, 개선을 넘어 혁신으로

2023. 11. 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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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33년 만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정부 예산의 총액은 2.8% 늘었다는 사실에 과학기술계의 상실감이 더 크다.

과거 모든 정부에서 혁신을 표방하며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뜯어고쳐 왔지만 돌이켜 보면 결국 개선에 그쳤을 뿐이다.

한편으로 개방형 혁신을 과학기술계 전반에 정착시켜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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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과학기술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33년 만에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정부 예산의 총액은 2.8% 늘었다는 사실에 과학기술계의 상실감이 더 크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부는 3개월 만에 혁신 방안을 내놨다. 국회는 일부 예산의 복원을 검토 중이다.

과학기술은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의 산업화를 견인하는 결정적 역할을 맡았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국가 발전을 이끈 한 축이었으며, 동시에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중에서 항상 가장 높은 평가를 받으며 국가 순위를 끌어올린 주역이었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과학기술의 시대적 사명은 추격이 아닌 선도다. 과학기술 전반에 깊이 새겨진 빠른 추격 전략을 선도형 R&D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지난 20여 년간 이어졌다. 과거 모든 정부에서 혁신을 표방하며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뜯어고쳐 왔지만 돌이켜 보면 결국 개선에 그쳤을 뿐이다. 덧칠하는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제 세계 최고, 최초를 추구하는 선도형 연구개발을 지향해야 할 때다. 기술 재현, 성능 향상 수준의 연구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부분적 개선이 아닌 전체를 바꾸는 파괴적 혁신이 필수다. 최초의 도전을 장려하고 문화로 정착시키려면 관 주도 펀딩, 추격형 연구에 최적화된 기획, 수행, 평가 등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한다.

선도형 연구개발을 위해서는 먼저 두려움 없는 도전이 지속해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노벨상 수상식이 열리는 10월이면 우리 과학기술계는 한없이 작아진다. 노벨상은 추격형 연구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식과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연 연구자를 향한다. 우리도 이제 투입 대비 산출을 따지는 효율성에서 탈피해야 할 때다. 그래서 과학기술이라는 배는 두려움 없이 산으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혁신 주체 간 소통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정부는 국가 자원에 대한 방향과 분배에서 결정권을 갖는다. 국가와 인류 미래를 위한 수요에 집중하고, 최선의 공급 방안을 제시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야 하는 이유다. 과학자와 기업을 포함한 일반 국민과의 소통 역시 중요하다. 왜 연구하고, 이를 통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서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한편으로 개방형 혁신을 과학기술계 전반에 정착시켜야 하겠다. 연구자, 그룹, 기관과 분야 간 융합으로 국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형 연구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하는 출연연 통합 예산제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관에서 목표부터 결과까지 지정하는 방식을 넘어 연구자들이 중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치열한 논의를 통해 꼭 해야만 하는 주제를 발굴하고, 역량을 집중시켜 체감할 수 있는 대형 연구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싶다.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섭고 보이지 않는 호랑이가 더 무섭다고 했다. 만시지탄,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어려움 속에서 더 강인함을 발휘하는 유전자가 있다. 차제에 시스템을 새롭게 설계하는 완전한 혁신을 이번에야말로 해내자.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을 포기해서도, 수명이 다한 과거 방식으로 회귀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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