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주주 아닌 최대 소액주주일뿐 …동맹국과 협력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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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던 중국 경제는 '피크 차이나' 위기로 고속 질주를 멈춘 상태고, 압도적 군사력과 경제력을 기초로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던 미국도 5년 넘는 미·중 분쟁과 잇단 국지전, 미국 내 정치 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그동안 한국을 키워온 중국과 산업 보완 관계에서 벗어나 앞으로 미국과 기술 보완 관계 강화가 생존방정식의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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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회담서 레드라인만 확인
중장기론 갈등관계 불가피
다만 충돌로 가기엔 의존깊어
'관리의 영역'으로 옮겨간 것
美경제 고금리 사이클 후폭풍
내년중 경기침체 나타날 것
해외투자 부족·건설 성장 한계
中경제 저속·중성장에 그칠듯

한때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이라던 중국 경제는 '피크 차이나' 위기로 고속 질주를 멈춘 상태고, 압도적 군사력과 경제력을 기초로 글로벌 리더를 자처하던 미국도 5년 넘는 미·중 분쟁과 잇단 국지전, 미국 내 정치 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치킨게임'으로 치닫던 미·중 분쟁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배경이다. 무역, 첨단 기술, 대만 등 정치경제적 사안마다 갈등을 빚으며 양국 모두 생채기를 입은 만큼 일시 봉합에 나선 것이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최근 3개월간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들과 연쇄 면담을 통해 미·중 관계를 진단하고 한·미·일 동맹 강화, 한중 관계 악화 속에 한국의 갈 길을 찾아냈다. 정 이사장은 "미국은 최대 소액주주일 뿐 과점대표가 아니다"며 최근 한·미·일 동맹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 끌어안기가 가진 속내를 짚어냈다. 그동안 한국을 키워온 중국과 산업 보완 관계에서 벗어나 앞으로 미국과 기술 보완 관계 강화가 생존방정식의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정 이사장과 일문일답.
―미국에서 진단한 미국의 현주소는.
▷미국을 강하게 만든 4개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식 자본주의 가치가 흔들리며 자본과 노동 사이의 협업과 균형추가 끊어짐으로써 승자독식 무한경쟁 체제를 낳았고 사회 양극화로 귀결됐다. 불만이 분노로 커지고 냉소로 발전하는데 미국 정치는 문제 해결 능력을 상실했다. 또 양극단의 주장을 모아 협치의 미학을 만들어냈던 의회정치가 흔들리고 있다. 오히려 미국의 걱정거리로 전락하며 양극단 대치가 심해졌다. 게다가 두꺼운 중산층이 미국의 중심을 잡아줬는데 지금은 사실상 와해되며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 사이 완충 역할이 사라졌다. 다민족국가로서 그동안 잡종강세 현상이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가능케 했지만 지금은 다민족국가 이점보다 문제점만 노출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적 위상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달러 패권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 내에선 그에 따른 고물가 부작용을 낳고 있고, 달러 기반의 다른 나라들은 인플레이션 전가에 대한 불만이 크다. 달러 패권은 무제한 달러 공급이 이뤄져야 가능한데 미국 의회의 부채한도 제한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통화 정책이 신뢰를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중 관계를 진단한다면.
▷미국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려 하고, 중국은 중국식 생존 체제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면서 부딪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자유무역의 이상론을 펴면서 많은 나라가 혜택을 봤지만 미국의 상대적 국력은 오히려 약화됐다. 특히 중국은 모든 특혜를 다 누리며 성장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패자가 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뒤늦게 중국을 직접 강하게 공격하다 보니 양국이 모두 지쳐 있다.
―미·중 관계가 변화를 겪은 배경은 무엇인가.
▷미국은 처음에는 경제와 안보 모두를 디커플링하려다가 우방국들의 반발로 경제는 디리스킹으로 전환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소액주주(the largest minority shareholder)다. 스스로 제일 큰 나라임을 자부하지만 대외 정책에 있어 동맹국의 협조가 없으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과점주주가 아니다. 미·중은 본격적인 충돌로 가기엔 상호의존관계가 깊어져 있다. 경쟁을 넘어 대치 국면으로 가진 않아야 한다는 인식에 따라 디커플링이 아닌 디리스킹에 나선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미·중정상회담을 평가한다면.
▷우선 국내 정치 때문에 조 바이든·시진핑 두 사람 모두 일시적이나마 숨 쉴 구멍이 필요해서 만난 것이다.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가 돼서는 안되겠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최대 쟁점이던 대만 문제를 일단 봉합한 것으로, 중국 입장에서 내년 1월 대만 선거에서 친중 정권이 들어서면 공격할 필요성이 줄어든다. 군사 충돌을 막으려고 대화 채널을 복원한 수준이다. 양국 간에 넘지 말아야 될 선, 레드라인을 점차 확인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해야 하고, 중국은 적어도 시 주석 재임 기간에는 제 갈 길을 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미·중은 경쟁과 갈등 관계로 갈 수밖에 없다. 다만 이것을 관리의 영역(managed rival)으로 옮겨가보자는 것이다.
―미국 경제를 평가한다면.
▷미국은 경기가 좋아졌다지만 팬데믹 종식에 따른 용수철 효과일 뿐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이 다시 유가를 자극하고, 수출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고금리 사이클로 인한 경기 침체가 내년 중 나타날 것이다. 용수철 효과는 끝나가는데 새로운 동력이 없다. 중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면 미국 경제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중국 경제를 진단한다면.
▷해외 자본 의존도가 높았는데 유입이 줄면서 자본 부족 상태를 겪고 있다. 게다가 중앙과 지방정부는 물론 민간도 부채가 너무 많아 자본 부족의 위기로 번지고 있다. 중진국 도약의 발판이 되며 성장 기여도가 높았던 인프라·주택 건설에 의존해온 성장 정책이 한계에 부딪혔다. 집값은 30~40%씩 빠졌고 잠재성장률은 4%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발전이 필요한데 미국이 핵심 부품 공급 통로를 차단해 목줄을 쥐고 있다. 중성장·완속 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가 궤도를 이탈했지만 새 궤도를 만들어내지도 못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었는데.
▷지난해 골드만삭스가 2035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지금은 그런 분석들이 사라졌다. 상당 기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긴 어렵게 됐다. 미국 경제는 성장에 있어 순항하겠지만 중국은 잠재성장력이 하락세다. 2030년 4.0%, 2040년 2.5%, 2050년 0%설도 파다하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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