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업계 "뉴스페이스 위한 우주청 설립·인력난 해소 시급"
우주항공 분야 기업들이 민간 주도 우주항공 산업 발전을 위해 우주항공청의 설립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 발전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우주항공계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이들 기업은 입을 모았다. 우주개발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선 전문성을 토대로 민간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기관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다.
2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만난 강구영 KAI 사장은 "KAI가 2차 성장기에 접어들려면 내수와 군수, 하드웨어 중심에서 수출, 민수 위주로 가는 '뉴 에어로스페이스'로 체제를 바꿔야 한다"며 "지금 거버넌스로는 뉴 에어로스페이스로 가기에는 한계가 크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새 우주항공 컨트롤타워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홍 KAI 미래융합기술원 원장은 "큰 규모의 개발비용이 드는 우주산업에서 민간 우주기업에게 중요한 것은 정책을 예측하고 활용하는 것"이라며 "정책 집행과 예산편성 기능을 모두 갖춘 청 단위 우주항공 전담 행정조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항공우주산업은 개발과 생산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항공우주 분야 사업들의 예산은 모두 조사 대상 기준인 1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면서 민간기업에게는 더 큰 연구개발 역량과 인프라가 요구된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서도 기업들이 정책적인 뒷받침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적절한 지원 없이는 민간기업의 초기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우주항공청은 민간기업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는 게 항공우주 산업계의 일관된 목소리다.
우주항공기업 128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의 김민석 부회장은 "우주분야 후발주자인 한국의 기술 수준은 미국의 55~60% 수준인데 이 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 우주항공 분야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우주항공청은 각 부처가 추진하던 나열식 사업을 체계화하고 신속하고 탄력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기업 간의 협업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출연연이 개발한 원천기술을 기업들이 활용하게 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우주항공청이 조율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우주항공청이 '한국형 미국항공우주국(NASA)'처럼 역할한다면 우주항공 기업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한 항공우주업계 관계자는 "정부와 기업이 협업하는 사업 중에는 다소 불필요한 검증 과정이 때때로 시간과 비용을 잡아먹기도 한다"며 "전문가들로 구성된 전담기관이 있다면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훨씬 효율적인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방 소재 우주항공 강소기업들은 우주항공청 개청이 우주항공 인력난의 간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 정밀부품 제작업체 아스트의 정성욱 사업관리실장은 "한국의 우주항공 기업들은 젊은 인재의 부족, 양질의 인재 부족이라는 이중고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우주항공청 개청은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인재유입의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현수 ANH스트럭처 대표 또한 "현재 수주 중인 사업을 고려하면 올해에만 엔지니어 50명을 더 뽑아야 하는데 채용이 쉽지 않았다"며 "해외 기업에 뒤지지 않는 좋은 기술을 갖고 있어도 이를 제품화시킬 인력이 없다"며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이 산업에 모이기 위해선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의지를 보여주는 구심점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천=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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