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석유' 빈 살만에 엑스포는 금상첨화"…사우디 국가개혁 속도낸다

"엑스포, '비전 2030' 마지막 해 개최…세계 시선 주목될 기회 마련"

/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수도 리야드가 압도적인 득표로 부산을 제치고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서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국가 구조개혁 작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팔레 데 콩그레'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1차 투표에 참여한 총 165개국 중 119개국 표를 얻어 2030 엑스포 유치에 성공했다. 한국(부산)은 29표, 이탈리아(로마)는 17표를 얻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부 장관은 투표 결과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우리의 '비전 2030', 전 세계를 위한 우리의 제안에 신뢰를 표현해준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고 특별한 엑스포를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사우디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4000만명가량의 관광객이 리야드를 방문할 것으로 기대한다.

주요 외신은 사우디가 2030 엑스포 유치전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빈 살만 왕세자의 개인 및 국가 이미지 쇄신 계획에도 청신호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2016년 제시한 국가 경제정책 '비전 2030'을 통해 '석유 의존국'이라는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다. 2030 엑스포 유치도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는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한 변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추진하는 데 있어 금상첨화"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승리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의 경제를 다각화하려는 (빈 살만) 왕세자의 계획인 비전 2030 (정책 추진) 마지막 해에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제공한다"고 짚었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아랍 걸프 국가연구소의 크리스틴 디완 선임 연구원은 "엑스포는 사우디 지도부에 큰 매력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사우디는 오는 2030년에 비전 2030이 성공했음을 보여주고자 (엑스포를 통해) 대대적인 커밍아웃 파티를 열기로 결심했다"고 NYT에 말했다.

(파리=뉴스1) 이준성 기자 =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Le Palais des Congr?s d’Issy)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측 관계자들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 리야드가 선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3.11.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빈 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은 사우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 계획으로, 석유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부분의 경제 기여도를 높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대외적으로는 인권탄압 등 사우디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지우고 국제무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스마트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각종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 등에 나서고 있다. 네옴시티는 비전 2030의 대표 사업으로 사막 한 가운데 서울의 44배에 달하는 규모의 부지에 스마트 미래도시를 세우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조달러(약 1292조1000억원)를 투자한다.

국부펀드를 앞세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 네이마르(알힐랄) 등 세계 유명 축구 선수를 자국 축구 리그로 영입했다. 국제 골프계를 들썩이게 한 LIV 골프도 창설해 미국 PGA와 합병했고, 국제 테니스 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 최근에는 미국 격투기 단체인 벨라토르를 인수하며 격투기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2027년 AFC(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4년 FIFA(국제축구연맹) 월드컵, 2035년 하계 아시안게임도 모두 사우디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만 빈 살만 왕세자의 이런 적극적인 개혁 추진에도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FP에 따르면 국가 인권단체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화려한 개혁 추진은 반체제 인사들이 수감되고 처형되는 만연한 현실을 숨기고 있다"며 리야드가 2030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된 것에 실망감을 표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