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 지분’ 파나마광산, 결국 대법원서 ‘위헌’…“파나마의 금은 ‘녹색’이다” 주민들 환호
한국이 일부 지분을 보유한 파나마 구리광산 개발 사업이 결국 파나마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파나마 대법원은 28일(현지시간) 파나마 정부와 광산개발업체인 ‘미네라파나마’가 체결한 광산 개발 계약 승인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만장일치로 판단했다.
이 법안은 미네라파나마가 파나마의 구리광산 ‘코브레파나마’의 채굴 및 광물 판매권을 앞으로 20년간 연장해서 보장받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네라파나마는 캐나다 기업 퍼스트퀀텀미네랄(FQM)이 지분의 90%, 한국광해광업공단이 지분의 10%를 갖고 있다.
파나마 대법원은 해당 법안에 대해 “생명권과 건강, 오염되지 않은 환경에서 거주할 권리 등 지역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주민의 기본권보다 앞설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비슷한 사유로 과거에 유사한 법령에 대해 위헌 결정을 받았음에도 문제점을 고치지 않은 채 다시 계약한 것은 삼권분립 정신에 대한 모독”이라며 이번 사업을 추진한 파나마 정부를 비판했다.
그간 파나마에서는 이 법안을 둘러싸고 반대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무력 충돌과 사회 혼란이 확산돼왔다. 이 법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광산개발 계약 조건이 캐나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며, 파나마 주민들의 물 공급을 위협하고 환경을 오염시킬 것이라 우려해 왔다.
특히 정부 발의부터 국회 통과와 발효까지 모든 과정이 단 5일만에 초고속으로 진행되면서 환경단체, 원주민단체, 노조, 교사단체 등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졌다.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할리우드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 시위를 지지한다고 밝히며, 파나마 대법원에 위헌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날 대법원 결정이 나오자 많은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깃발을 흔들며 환영했다. 환경운동가 세레나 밤바스는 “오늘 파나마는 우리가 수년 동안 기다려온 역사적인 순간을 기념한다”면서 “처음에는 소수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우리 모두가 파나마의 ‘금’이 ‘녹색’이라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말했다.
환경옹호센터의 릴리안 게베라는 이번 시위와 그 결과가 파나마의 미래 환경에 대한 국민투표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나마 국민은 ‘우리는 광산 국가가 되고 싶지 않다’고 결정했다”면서 “몇백만 달러의 로열티를 위해 우리가 가진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것을 희생시키는 대신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개발하자”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코브레파나마 광산 개발이 향후 어떻게 될지는 미궁에 빠지게 됐다. 전기자동차 생산에 필수적인 구리는 파나마의 주요 산업이자 수출품으로, 코브레파나마는 전 세계 구리 생산량의 약 1%를 차지한다. 로이터통신은 파나마가 이 광산을 무기한 폐쇄하거나, 국유화하거나, 또는 국제 중재 절차를 바탕으로 새로운 계약을 협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FQM은 현재 개발을 중단한 상태지만, 향후 국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FQM 측은 일단 중재 절차를 피하고, 90일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내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파나마 정치권에서도 광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 판결을 앞두고 파나마 의회는 새로운 광산 개발권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한 바 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1109160601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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