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결국 민진·국민 ‘양강 구도’로 가나…막판 야권표 쏠림 가능성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제1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의 양강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후보 등록 이후 국민당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고,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층의 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연합보는 갤럽이 지난 25∼27일 유권자 107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통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賴淸德·총통)·샤오메이친(蕭美琴·부총통) 후보와 국민당 허우유이(侯友宜·총통)·자오샤오캉(趙少康·부총통) 후보 지지율이 각각 31.01%와 30.94%를 기록했다고 29일 보도했다. 두 후보 진영 간 지지율 격차가 0.07%포인트로, 오차범위(±2.99%포인트) 내의 근소한 차이에 있는 것이다. 해당 조사에서 제2야당인 대만민중당(민중당) 커원저(柯文哲·총통)·우신잉(吳欣盈·부총통) 후보 지지율은 18.12%에 그쳤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2강 1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지난 25일 총통 선거 후보 등록이 끝난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전체적으로 보면 민진당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 또는 소폭 상승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국민당 후보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으며, 민중당 후보 지지율은 정체 또는 하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날 인터넷 매체 미려도전자보(마이포모사)가 발표한 여론조사(24·27~28일 실시) 결과도 2강 1약 구도의 흐름을 보여준다. 해당 조사에서는 민진당 라이·샤오 후보 지지율이 36.3%를 기록했고, 국민당 허우·자오 후보 지지율은 31.0%로 나타났다. 민중당 커·우 후보 지지율은 이 조사에서도 18.0%에 그쳤다. 미려도전자보가 지난 21∼23일 실시한 조사와 비교해 민진당 후보 지지율이 4.9%포인트 오른 데 반해 민중당 후보 지지율은 7.2%포인트 하락했고, 국민당 후보 지지율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연합보가 지난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각 후보 진영 지지율은 민진당 라이·샤오 후보 31%, 국민당 허우·자오 후보 29%, 민중당 커·우 후보 21%로 2강 1약 구도가 나타났다. 연합보 조사에서는 지난 9월 말과 비교해 국민당 후보 지지율이 9%포인트 상승하고, 민진당과 민중당은 비슷한 지지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연합보가 정리한 대만 총통 선거 여론조사 추이(녹색=민진당, 파란색=국민당, 하늘색=민중당). 연합보 홈페이지 캡처

각종 여론조사는 각 당의 후보 등록 전후 달라진 여론 흐름을 보여준다. 한때 여론조사 3위에 머물던 국민당 허우 후보가 야권 단일화가 무산된 뒤 부총통 후보를 지명해 후보 등록한 이후 민진당 후보를 오차범위 안까지 맹추격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지지율이 허우 후보에 앞서던 민중당 커 후보는 다소 고전하는 모습이다. 각 당의 정·부 후보 조합에 대한 평가와 야권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야권 지지층의 국민당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권 지지자들이 당선 가능한 후보에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가 반중 대 친중 구도로 흐를 경우 중립을 표방하는 민중당의 존재감은 더 약해질 수도 있다. 다만 아직 선거 초반이고 상당수 엇갈린 여론조사가 발표되고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판세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대만 총통 선거가 다시 민진당과 국민당의 전통적인 양당 대결 구도로 흐를 경우 오히려 반중·친중 구도에 싫증난 유권자들이 민중당에 표를 몰아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대만민의기금회가 27일 발표한 여론조사(19∼21일 조사·응답자 1076명)에서는 커 후보 지지율이 31.9%로 오차범위(±2.99%포인트) 안에서 라이 후보(29.2%)에 앞섰고, 허우 후보 지지율은 23.6%에 그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또 인터넷 매체 CNEWS후이류신문망이 같은 날 발표한 조사에서는 민진당 라이·샤오 후보 지지율이 36.8%로, 민중당 커·우 후보(26.8%)와 국민당 허우·자오 후보(26.6%)에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