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공룡 사랑한 美 고생물학자, 별이 되다

홍아름 기자 2023. 11. 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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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보존을 주장한 마틴 로클리(73)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과 교수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로클리 교수는 전 세계에 남아있는 발자국 화석을 연구한 인물로 발자국 화석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로클리 교수는 한국 공룡 발자국 화석 연구와 보존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0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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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공룡 발자국 최고 전문가’ 마틴 로클리 콜로라도대 명예교수 별세
지난해 11월 마틴 로클리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와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이 한국에서 함께 현장 조사를 하는 모습./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보존을 주장한 마틴 로클리(73)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과 교수가 지난 25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로클리 교수는 전 세계에 남아있는 발자국 화석을 연구한 인물로 발자국 화석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1950년 3월 17일 영국연방인 웨일스의 채널 제도에서 태어난 로클리 교수는 어릴 적부터 조류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자연에 대한 관심이 컸다. 이를 계기로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 지질학과에 진학해 학사 학위를 받고, 버밍엄대에서는 고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부터는 미국 콜로라도대의 지질학과 교수로 부임해 40년 넘게 발자국 화석 분야를 연구하며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자리 잡았다.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 분야를 새로 개척하며 발표한 서적과 논문, 보고서를 합치면 수백 권이 넘는다. 미국 콜로라도대 자연사박물관의 발자국 화석 컬렉션은 대부분 로클리 교수가 가져왔다고 할 정도다. 로클리 교수가 새로 명명한 중생대 백악기 척추동물의 발자국 이름만 해도 19종에 달한다.

공룡의 발자국을 찾아 전세계를 돌아다닌 로클리 교수가 한국을 처음 찾은 건 1987년이다. 로클리 교수는 당시 경상남도 고성군의 공룡 발자국 산지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35년 동안 한국을 꾸준히 찾았다. 한반도에 남아있는 1억 년 전의 중생대 백악기 시대 척추동물의 흔적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 산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힘썼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석학 특강을 마친 마틴 로클리 교수와 국립문화재연구원 연구진의 사진./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

로클리 교수는 “공룡의 뼈 화석만큼이나 움직임이나 행동을 예상할 수 있는 발자국 화석도 중요하다”며 “뼈화석에서는 얻을 수 없는 정보를 준다”고 강조해 왔다. 또 한국의 공룡 발자국 화석을 두고는 “지속적으로 나오는 화석의 양과 질, 다양성과 보존 상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문화재청이 추진하고 있는 국립자연유산원의 대표 전시물로 보존해 가치를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클리 교수는 한국 공룡 발자국 화석 연구와 보존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2020년 12월 문화재청이 선정한 ‘2020 문화유산보호유공자’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자연유산 분야에서는 최초의 외국인 수상자였다.

로클리 교수와 교류가 잦았던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원 자연문화재연구실장은 “그의 마지막 소원은 남해안에서 발견되는 중생대 백악기 척추동물의 발자국 화석 산지들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이었다”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직접 와서 화석들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 연구진은 2016년 로클리 교수와 함께 미국 콜로라도주의 백악기 지층에서 대형 육식공룡이 짝짓기를 위해 구애행위를 하던 흔적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임 실장은 “한국에서 함께 현장 연구를 할 때면 로클리 교수는 어느 식당이든지 한글 메뉴판을 보고 직접 ‘된장찌개 주세요’라며 좋아하던 된장찌개를 주문했다”며 “35년 동안 한국을 오간 만큼 완전히 한국 음식과 문화에 익숙해진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된장찌개를 다 먹고 나면 뚝배기 안에 있던 조개껍질을 하나하나 꺼내 모으기도 했다”며 “전 세계를 다니면서 그 지역의 조개껍데기를 모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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