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무것도 안 들려?" 내 귀에만 울리는 '삐~'…원인 뭔가 했더니

박정렬 기자 입력 2023. 11. 29. 15:17 수정 2023. 11. 2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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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의 신의료인]


나에게만 '삐~' '윙~' '쏴~'하는 소리가 들리는 걸 이명(耳鳴)이라고 한다. 주변 사람은 듣지 못하는 소리가 나에게만 들리는 현상으로 매년 30만명 안팎이 이로 인해 병원을 찾는다. 이명을 '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 이명은 근육통, 두통과 같은 '증상'이다. 특별한 이유 없이 이명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1953년 헬라와 버그만의 실험에 따르면 정상 청력을 가진 80명을 참가자를 대상으로 방음 부스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는지 확인했더니 94%에 해당하는 75명이 "이명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신봉진 전문의는 "이명을 경험하면 내 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청력이 더 나빠지진 않을지 걱정하고 괴로워하는데 이에 따라 우울·불안 등 기분 장애를 겪거나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원인을 찾아 맞춤 대응하면 충분히 치료·관리가 가능한 증상이 바로 이명"이라고 말했다.

이명의 주요 원인은 첫째, 난청이다. 이명의 80~90%는 난청으로 인한 감각신경성 이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송재진 교수는 "최근 이명의 원인이 뇌의 보상 작용 때문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며 "청력이 떨어져 못 듣는 소리가 생기면 뇌가 이를 보상하려 하는데 이때 잘못된 소리 신호가 채워지면 이것이 이명"이라고 설명했다. 이명 환자는 대부분 고음의 '삐~'하는 소리를 듣는데 이는 노화나 소음으로 인해 난청이 발생할 때 고음의 청력이 먼저 떨어지고, 이를 뇌가 채우려는 과정에 고음역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실제 난청이 악화해 저음역까지 확대되면 이명도 풀벌레 소리,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등 더욱 넓은 대역의 소리로 확장된다. 송 교수는 "난청 환자는 보청기나 인공와우와 같은 청력 재활 치료로 들리는 소리의 양을 늘리면 뇌에서 불필요하게 이명을 만들 이유가 사라져 증상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며 "청각 재활 치료는 난청을 동반한 이명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라고 강조했다.

둘째, 비정상적인 근육 경련도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귀는 외부에서부터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 순서로 구성되는데, 중이내에 있는 두 개의 근육이 떨리면서 근육성 이명을 유발할 수 있다. 보통 규칙적으로 '딱딱'하는 반복적인 소리가 들리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 특별한 치료 없이 사라지지만 근육 경련이 계속되는 경우 근육 이완제 등 약물을 쓰거나 경련이 생긴 근육을 잘라내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셋째, 혈관성 이명이다. 뇌로 혈액을 보내는 통로인 '경정맥구'와 '경동맥'은 중이와 내이에 밀접하게 위치한다. 열이 나거나 심하게 운동해 이곳을 지나는 혈액의 양이 늘면 귀에서 맥박이 뛰는 소리나 피가 혈관을 지나는 혈류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신봉진 전문의는 "경정맥구와 경동맥을 덮고 있는 뼈에 결손 부위가 있는 사람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지속해서 맥박이 뛰는 듯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 소비자시민모임 직원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보청기 가격·품질 비교정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6.7.22/뉴스1


이 밖에도 이명은 메니에르병이나 극히 드물지만 청신경 종양이 있을 때도 나타날 수 있다. 반면 앞서 헬러와 버그만의 실험에서처럼 일시적인 이명은 원인 질환 없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요한 건 지속 시간과 동반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명이 5분 이상 지속되거나, 청력이 떨어지고 귀가 먹먹하거나 동굴에 들어간 것처럼 말소리가 울리는 이충만감이 느껴지면 돌발성 난청 등 급성 귀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지러움·두통 등의 증상이 동반돼도 뇌 문제일 수 있어 원인 질환을 감별하기 위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이명 관리를 위해 △소음 노출 피하기 △고혈압 조절 △저염식 △커피나 콜라 등 자극적인 음식 자제하기 △적당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을 추천한다. 이명에 집중하지 않도록 소리가 풍부한 환경에서 지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난청을 유발하는 아스피린이나 항생제 복용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신경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음을 지속해서 내보내 이명을 느끼지 않게 하는 '차폐장치'를 썼지만, 이명의 습관화를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어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고 한다.

이명의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은 이명에 대한 오해와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신봉진 전문의는 "이명을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겨 괴로운 상태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이러면 치료 결과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교육과 소리 치료(보청기 또는 소리 발생기)를 통한 '이명 재훈련 치료'나 청각 재활로 대부분은 증상이 호전되는 만큼 오해를 바로잡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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