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미성년 때 ‘여성혐오 살인’ 남성에 ‘테러죄’ 종신형
피해자에 여성혐오 발언 내뱉고
‘비자발적 독신주의자’ 메모 발견
17세 미성년 때 범행 저질렀지만
가석방 자격, 성인처럼 25년 복역
캐나다에서 여성혐오 살인을 저지른 20대 남성에게 살인죄와 더불어 ‘테러죄’가 적용돼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캐나다 법원이 여성혐오 살인을 ‘테러’로 규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CBC방송과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법원은 일면식도 없는 20대 여성 한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명을 다치게 한 21세 남성에게 살인과 테러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2020년 2월 토론토의 한 마사지 업소에서 여성 직원들에게 42차례 흉기를 휘두르면서 여성혐오적 발언을 내뱉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초 피고를 1급 살인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후 여성혐오적 동기 증거를 바탕으로 테러죄가 추가되면서 결국 25년 동안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게 됐다. 해당 남성은 범행 당시 17세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종신형을 받아도 10년 뒤 가석방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테러죄가 추가로 인정되면서 다른 1급 살인 혐의를 받는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25년을 채우기 전까지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게 됐다.
범행 당시 그의 흉기에는 성차별적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주머니에서는 ‘인셀 혁명 만세’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인셀(Incel)’은 ‘비자발적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의 줄임말로, 여성과 연애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남성을 가리킨다. 이들은 세상이 매력적이지 않은 남성을 부당하게 대우한다고 믿으며, 이성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현실을 사회와 여성 탓으로 돌린다.
캐나다에서 종교적 이념과 무관한 폭력 행위에 대해 테러죄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법원이 이번 범죄를 ‘극단주의 사상에 따른 테러’로 인정한 것이다. 이는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진 것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셀 범죄에 테러 혐의를 적용함으로써 그 이념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강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최근 ‘페미사이드’ 살인죄를 별도로 규정하고 더 강력히 처벌하는 법안들을 통과시키고 있다.
법원은 “피고의 살인은 인셀 이데올로기의 해악을 반영한다”라면서 “인셀 이념에 빠진 피고는 인셀 집단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파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은 이 남성이 인셀 운동에 의해 세뇌당했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는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는 그것을 추구했고, 받아들였고, 그에 따라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구권에서는 인셀 커뮤니티와 이데올로기가 활발해지면서 지난 몇 년동안 인셀과 관련된 살인이 급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에서 110명의 여성이 인셀에게 살해되거나 부상을 입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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