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금 그곳은] '근심을 잊을 수 있다면'…서울 중랑구의 '낙이망우(樂以忘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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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북부에 있는 중랑구 망우동.
그곳도 아니면 이곳에 들어서면 모든 근심이 잊히는 신비한 지역이란 뜻일까.
왕이나 권력자들은 그저 한 고개를 지나쳐 가는 길에 오가는, 대수롭지 않은 말로 '근심을 잊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백성이나 국민들은 '근심을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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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서울 동북부에 있는 중랑구 망우동. 경기도 구리시와 인접해 있고 경기와 강원도를 오가는 길목이었다.
망우(忘憂).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다. ‘근심을 잊는다’는 뜻이다. 신선들이 살았던 곳일까. 아니면 근심 ‘일도 없는’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일까. 그곳도 아니면 이곳에 들어서면 모든 근심이 잊히는 신비한 지역이란 뜻일까.
이 같은 묘한 이름과 달리 망우의 역사를 보면 근심을 잊기 보다는 모든 근현대사의 ‘근심’이 이곳에 모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픈 역사가 묻혀있는 곳, 망우=망우는 공동묘지 역사부터 언급해야 지금을 알 수 있다. 1933년 일제 강점기 때 더는 공동묘지가 부족하자(얼마나 많은 이들이 죽음을 당했으면) 일제는 망우리 일대를 공동묘지로 조성했다. 망우리 일대 임야 약 75만평을 매입한 뒤 이중 52만평을 묘역으로 조성한다.
이 계획에 따라 1933년 6월 10일 망우리공동묘지 시대가 열렸다.
일제 강점기가 끝나고 8·15 해방된 기쁨도 잠시 우리나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을 치른다. 전쟁의 비참한 속에서 가매장된 시신이 서울 시내 곳곳에 있었다. 가맹장된 시신들은 이후 망우리공동묘지로 이장됐다. 일제 강점기의 아픔에 이어 한국전쟁의 상흔까지 망우리는 안을 수밖에 없었다.
1970년대까지 추석 명절이 오면 수많은 성묘객들이 망우리로 몰려든 이유이기도 하다. 1973년 망우리공동묘지도 더는 쓸 공간이 없어졌다. 공동묘지 역할을 더는 할 수 없었다. 이후 1977년 망우리공동묘지는 망우묘지공원으로 이름을 바꿨고 1998년 망우리공원으로 명칭을 다시 달리한다.
1997년부터 독립운동가와 문학인 등 15명 위인의 무덤 주변에 추모비가 세워졌다. 2022년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안착한 이곳에는 현재 유관순, 방정환, 이중섭, 한용운, 차중락 등 독립운동가와 문인, 화가 등 근현대 인물들이 안식을 취하고 있다.
◇조선 태조 “근심을 잊는다”=‘망우리’라는 지명은 조선 태조가 이 고개를 넘으면서 한 말에서 시작됐다.
조선왕조실록 ‘숙종실록’에는 “태조(太祖)께서는 자손들이 뒤따라 장사지낼 곳이 20개소까지 많게 된다면 내가 이로부터 근심을 잊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그곳의 가장 서쪽 한 가닥의 산봉우리를 이름하여 망우리(忘憂里)라 하였습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영조실록에서도 “옛날에 우리 태조 대왕(太祖大王)이 중 무학(無學)을 거느리고 먼저 한양(漢陽)에 도읍(都邑)을 정하고 다음에 오릉(五陵)을 정하고 돌아올 적에 능 뒤의 작은 고개에 이르러 ‘망우(忘憂)’라는 이름을 남기게 되었습니다”라고 썼다.
망우동은 조선시대 ‘한양-경기-강원’을 오가는 서울 동북부의 주요한 관문으로 왕들이 능행을 위해 지나는 곳이었다. 한 곳에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길목이었던 셈이다.
왕이나 권력자들은 그저 한 고개를 지나쳐 가는 길에 오가는, 대수롭지 않은 말로 ‘근심을 잊었다’라고 말할 수는 있겠다.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백성이나 국민들은 ‘근심을 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라고 생각하는 게 현실이지 않을까.
한편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직무대리 기봉호)은 서울반세기종합전인 ‘낙이망우(樂以忘憂-망우동이야기)’를 다음달 1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1층)에서 개최한다. 낙이망우란 ‘즐거이 근심을 잊는단’는 뜻이다.
이번 전시는 옛 망우동의 모습과 망우동이 변화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고, 망우역사문화공원이 된 망우리 공동묘지의 모습과 이곳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는 근현대 인물을 만나 볼 수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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