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계약 무시하고 입맛대로 성과급” 前대표 단독인터뷰

‘6백억 소송’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
“카벤, 다른 이들에겐 성과급 주고
가장 큰 기여한 나에게만 미지급”
김범수에 추가 소송 가능성 시사

“카카오벤처스가 저와 함께 계약한 다른 이들에겐 성과급을 줬으면서 저에게만 지급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답답합니다. 입맛에 따라 성과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건 신뢰받는 기업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카카오벤처스와 약 600억원대 성과급 소송을 벌이고 있는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는 29일 매일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카카오가 계약서를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자신과 함께 성과급 계약을 체결한 4명에게는 계약서상 명시된 금액을 지급했으면서 카카오벤처스가 자신에게만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이행을 거절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임 전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에 대한 추가 소송 가능성에 대해서도 “항소심 추이를 지켜보겠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카카오와 임 전 대표의 갈등이 불거진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임 전 대표는 카카오벤처스의 첫 펀드 케이큐브제1호투자조합펀드가 2021년 10월 청산했으나 사전에 약속한 44%의 성과급(598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임 전 대표는 2012년 3월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가 설립될 당시 초대 대표를 맡아 성과급 70%를 받는다는 내용의 성과보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후 2015년 3월 케이큐브벤처스는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됐고, 8월 임 전 대표는 카카오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카카오벤처스 대표에서는 사임했다. 같은 해 말 임 전 대표는 성과보수 계약을 ‘보상 비율을 44%로 낮추되 근무 기간과 상관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해 다시 체결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성과급 지급 약정 당시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급을 보류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카카오벤처스의 손을 들어줬다.

임 전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해 “카카오벤처스는 카카오가 100% 소유하고 있는 1인 주주 회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제 성과급 계약은 김범수 의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의 승인 후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변경된 계약서상에 함께 명시된 다른 임직원에게는 카카오벤처스가 성과급을 지급한 배경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같은 계약을 맺었던 (카카오벤처스) 정신아 대표와 김기준 부사장은 계약서대로 각자 수백억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해당 펀드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던 저만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심히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벤처스는 이에 대해 “다른 이들은 기존 계약서상 직무수행 기간 요건을 충족해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전 대표는 성과급 계약에 관한 부당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법적 싸움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이 회사와 성과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절차적 하자 여부를 검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면서 “제가 패소해서 나쁜 선례로 남는다면, 앞으로 많은 회사들이 각종 절차적 문제를 운운하며 개인에게 마땅히 지급되어야 할 각종 보수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