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자폐 스펙트럼 조기 진단 실마리 찾았다
감각 민감성 키우고 신체 운동 방해 유발
자폐인 위한 교육·훈련 앞당길 연구 기대
국내 연구진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여부를 조기에 진단할 기준이 되는 몸속 특정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연구를 향후 발전시키면 자폐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일을 돕기 위한 교육·훈련 시점을 지금보다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뇌연구원 정민영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서 나타나는 특유의 ‘감각 민감성’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가 뇌 구조 발달을 저해하고, 이 관계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의 사회성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트랜스래이셔널 사이카이어트리’ 최신호에 실렸다.
감각 민감성이란 특정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주인공은 작은 소리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해 불안 증세를 겪는다. 또 건물 입구에 설치된 회전문을 통과하는 일처럼 신체를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는 일에 어려움을 느낀다.
연구진은 이런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아내기 위해 국내 성인 남녀 100여명을 대상으로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고, 타액(침)을 수집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타액 속에 들어 있는 신경 뇌하수체 호르몬 ‘바소토신’ 수용체에 ‘rs1042615 A-carrier(캐리어)’라는 이름의 특정 유전자가 포함된 사람이 감각 자극에 예민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MRI 촬영 결과, 뇌에서 운동 영역을 담당하는 ‘중심 앞이랑’이란 부위가 이 특정 유전자의 영향으로 두께가 얇아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는 원활한 신체 운동이 방해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몸속에서 이처럼 특정 유전자가 존재하고 중심 앞이랑 두께가 얇아지는 일이 강하게 진행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진단받을 가능성이 크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발전시키면 향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신속하게 내리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는 자폐 진단을 받으려면 전문적인 의료진이 있는 대형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대기 기간이 길게는 2~3년 걸리는 일도 많다.
이번 연구가 실용화하면 이런 대기 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MRI는 지방의 중형급 병원들도 대부분 갖추고 있고, 특정 유전자 검출을 위한 타액 분석은 하루면 끝난다”고 설명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조기에 받으면 자폐 증세에 맞는 교육과 훈련도 이른 시점에 받을 수 있다. 자폐인이 사회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더 많이 얻을 수 있다. 정 선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가 향후 발달 장애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 저비용·고효율 진단 체계를 만들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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