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더 나빠지면 안돼…中, 임금체불 근절 "특별작전" 편다
중국 정부가 연말과 춘절(한국의 설) 대대적 귀성(歸省)을 앞두고 농민공(農民工·도시이주노동자)에 대한 임금체불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건설 등 농민공들이 집중된 산업이 경기부진의 직격탄을 맞은 상황이다. 이들을 통해 경기부진에 대한 불만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촌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北京)과 톈진(天津), 충칭(重慶) 등 10여개 주요 성시 지방정부는 최근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겨울 특별작전'을 공지하거나 관련 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조치는 중국 행정의 핵심인 국무원 내 고용촉진 및 노동보호 영도소조 결정에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뜻이다.
임금체불 문제는 중국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지만 올해는 '특별작전'이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19(COVID-19) 이후 중국인들의 귀성이 정상화한 후 처음 맞는 춘절인데, 기대했던 리오프닝을 통한 경기회복은 언감생심이다. 경기부진에 대한 불만이 농촌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기업 빅데이터를 활용함은 물론 복수 부처의 공동 현장 검사를 통해 임금체불 문제를 낱낱이 가려내겠다는 방침이다. 최우선 타깃은 부동산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이 높거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프로젝트, 임금체불에 대해 여론이나 경찰정보를 통해 경고가 이뤄진 프로젝트나 제조업체 등을 중점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산업은 경기부진의 진앙지나 다름없다. 내수경기가 하강하고 가계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가 차게 얼어붙었다. 유동성이 확보되지 않자 부동산 프로젝트들이 연이어 좌초되고 대형 부동산기업들이 줄줄이 디폴트 위기에 빠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가 다른 경제지표까지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은 특히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농민공들이 집중적으로 몸담고 있는 영역이다. 중국 정부는 체불 조사를 지시하면서 "건설프로젝트에 이주노동자 임금 특별회계가 적시 개설됐는지, 계좌개설에 노사정 합의가 반영됐는지, 인건비가 현금이 아닌 별도 방식으로 지급되지는 않는지를 중점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농민공은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 의미한다.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며 중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사회주의국가인 중국에선 노동자들이 자의로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금지돼 있다. 그래서 이들은 도시에 후커우(호적)가 없고, 이 때문에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특수신분인 농민공인 만큼 존재자체가 정치·경제적으로 특수성을 갖는다. 사회주의 통제와 개혁개방의 경계에서 존재하는 셈이다. 게다가 숫자가 워낙 많아 중국 정치와 경제정책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로 받아들여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국 정부가 천문학적 부양책을 단행하는 데 있어 농민공들이 결정타를 날린 사례는 농민공이 중국에서 갖는 정치경제적 폭발력을 잘 보여준다. 당시 동해안 공업단지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약 2000만명의 농민공들이 내륙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경제와 노동시장이 동시 붕괴될 위기를 맞았다. 망설이던 중국 정부는 그 즉시 부양책에 서명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동부유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서도 농민공 임금체불 문제는 화두였다. 최근 별세한 리커창 전 중국 총리도 생전 "농민공 임금 체불은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악의적 체불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시장과 노점을 늘려서라도 농민공의 취업루트를 확장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전 철학이었다.
농민공들은 시 주석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촌을 도시와 이어주는 가교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가 농민공들이 대대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가는 춘절을 앞두고 임금체불 단속에 나선 배경이다. 중국 언론은 이번 단속에 대해 "2024년 봄 이전에 이주노동자 임금체불 사례를 확인하고 새해를 맞아 집으로 돌아갈 시점에 맞춰 임금을 전액 지급하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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