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에 간 이식한 고교생 아들·다리 잃은 아빠 돌보는 중학생 소녀

박준철 기자 2023. 11. 29. 11: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천효행상 대상에 선정된 양희찬군.|가천문화재단 제공

# 지난해 간 기능 저하로 쓰러져 생사의 갈림길에 선 아버지를 위해 양희찬군(18)은 기꺼이 자신의 간을 아버지에게 이식해줬다. 가족을 위해 아프신 엄마와 어린 동생보다 건강한 본인이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간 이식을 받은 아버지는 회복이 잘되고 있다. 경북 구미 금오공고 3학년인 양군은 졸업을 앞두고 지역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양군은 “간 이식 수술로 아버지와 가족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꿈꾸던 군인은 될 수 없겠지만, 앞으로 정밀기기를 다루는 기능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최은별양(15)은 사실상 소녀 가장이다. 두 딸을 위해 타지에서 돈을 벌던 아버지는 당뇨로 다리를 잃었고, 정기적으로 신장투석을 받아야 한다. 언니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취업해 따로 살고 있다. 신흥여중 3학년인 최양은 아버지가 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휠체어를 밀어주고 다리 근육이 굳지 않도록 매일 주물러주고 있다. 공부에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모아 아버지를 위해 맛있는 저녁도 사드린다. 최양은 “전혀 힘들지 않다”며 “내년에는 세무 분야를 배우기 위해 상고에 진학하겠다”고 말했다.

가천효행상 대상에 선정된 최은별양.|가천문화재단 제공

#초등학교 5학년인 인천의 장현우군(11)은 생계를 책임지며 밤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어머니를 도왔다. 인천 구월서초에 다니는 장군은 공부하는 어머니를 위해 집안 일은 물론 어머니를 응원하기 위해 유튜브를 보고 배운 간장불고기로 식사도 준비했다. 어린 나이에 일찍 철이 들었던 장군은 응석 한번 안 부리고 어머니를 도와 어머니는 결국 공무원이 됐다.

가천문화재단은 양군과 최양을 제25회 가천효행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장군은 효생상 남학생 본상을 받았다.

가천효행대상은 가천문화재단 설립자인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이 1999년 고전소설 ‘심청전’의 배경인 옹진군 백령면에 심청동상을 제작·기증한 것을 계기로 제정돼 올해까지 313명의 효녀와 효부를 발굴, 시상하고 있다.

다문화효부 대상은 2000년 결혼 이후 심장 수술을 받은 고령의 시어머니를 모시며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과 아들을 돌보는 필리핀 출생의 파자르도겜마씨(56)가 선정됐다.

다문화도우미 대상은 이주여성들로 구성된 전남 광약의 색동나무 인형극단, 효행교육상 대상은 매월 25일을 ‘효도의 날’을 지정해 학생들에게 효의 가치와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는 서울 강동고등학교가 수상했다.

수상자에게는 장학금·상금 등 1억원의 상금과 상패가 증정된다. 각 부문별 대상 수상자에게는 1000만원, 본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 특별상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2월 5일 오후 6시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길병원 65주년 & 가천효행대상 25주년을 기념하는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콘서트’에서 진행한다. 이날 콘서트에는 트로트가수 송가인 등이 출연한다.

한편 가천문화재단은 12월 3일부터 5일까지 수상자와 가족 등을 초청해 청와대와 롯데월드타워 등 주요 명소를 견학하고, 공연 관람과 다양한 문화체험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가천효행대상 수상자 포스터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