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도 이웃과 함께…‘나이팅게일 하우스’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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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힘들 때 누구보다 든든하게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족보다 더 친한 이웃들이죠. 다른 어떤 곳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약 5㎞ 떨어진 브런즈윅 지역에 사는 엘리자베스는 뉴질랜드 출신의 30대 1인 가구다.
반드시 1인 가구만 입주 대상으로 한정하진 않지만, 주거 형평성을 주요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주거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형 가구에 좀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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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힘들 때 누구보다 든든하게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가족보다 더 친한 이웃들이죠. 다른 어떤 곳보다 안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멜버른 도심에서 약 5㎞ 떨어진 브런즈윅 지역에 사는 엘리자베스는 뉴질랜드 출신의 30대 1인 가구다. 그가 사는 아파트는 민간 주도 사회주택으로, 건축설계사가 운영하는 사회적 기업 ‘브리드 아키텍처’(Breathe Architecture)가 진행한 ‘나이팅게일 하우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어졌다. 20가구가 입주할 수 있는 규모인데, 대부분 1~2인 가구를 위한 공간으로 설계됐다.
브리드 아키텍처의 공동창업자 제러미 매클라우드는 지난 9일 한겨레와 만나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affordability), 친환경적인 구조로 지속가능할 것(sustainability), 공동체(community)의 가치를 중시할 것”이 나이팅게일 하우징 프로젝트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반드시 1인 가구만 입주 대상으로 한정하진 않지만, 주거 형평성을 주요 원칙으로 삼기 때문에 주거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소형 가구에 좀 더 유리하다. 기존 공동주택 매매가의 70~80% 수준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양질의 공간을 구성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엘리자베스와 케이트의 집은 모두 따사로운 햇살이 먼저 반겼다. 창문의 유무에 따라 집세 규모가 달라지는 한국의 원룸·고시원 등에선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제러미는 “일부러 층고를 높여 공간이 실제 평수보다 더 크게 느껴지도록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발코니를 감싼 식물들은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구실까지 톡톡히 한다.
옥상의 공동 텃밭은 주민 공동체의 구심점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케이트는 “코로나19 때 봉쇄정책(록다운)이 시행될 땐 발코니를 이용한 콘서트가 열렸다”고 소개했다. ‘고립’은 이곳에선 낯선 단어다.
나이팅게일 하우징 프로젝트는 민간의 창의력을 바탕으로 기획됐지만 “멜버른 시정부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사업기간을 단축”(서민호 국토연구원 연구위원)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나이팅게일 하우징’ 모델을 실마리로 삼아 현재 공공주택 공급 방식의 한계를 보완하고 1인 가구 등 소형 가구에도 안정적인 삶의 공간을 제공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서 연구위원은 나이팅게일 하우징 프로젝트를 “청년·고령자나 1~2인 가구 등 주거취약계층의 유입으로 지역의 활력과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고려할 만하다고 했다.
1인가구는 ‘불완전’하거나 ‘비정상적’인 가구 형태로 인식되곤 한다.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가구 형태임에도 사회 일각에선 ‘저출생 고령화’를 초래하는 문제적 현상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10명 중 3.5명이 1인가구인 시대에, 혼자 살아가기조차 버거운 사회는 저출생에도 고령화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혼자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는 전국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243곳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1인가구 정책 전반을 진단하는 한편, 한국의 1인가구는 어떻게 살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었다. 1인가구 정책의 바람직한 변화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1인가구 비율이 높은 일본·오스트레일리아(호주)·스웨덴의 정책 사례도 하나하나 짚어봤다. 편집자
* 참고자료: ‘호주 멜버른의 민간 주도 사회주택 공급모델 및 관련 도시재생 정책’(서민호, 대한건설정책연구원, 2020)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멜버른/글·사진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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