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 지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퍼포먼스

김지숙 입력 2023. 11. 29. 10:55 수정 2023. 12. 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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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 2년 넘게 국회 계류
“국회는 회기 만료 전 법안 통과시켜야”
지난 28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에 ‘동물 비동물화’ 메시지를 담은 빔프로젝션 투사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제공

“우리는 모두 지각 있는 생명.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지금 당장 민법 개정하라.”

28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에 ‘동물 비물건화’를 주장하는 문구를 투사하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환경·여성·종교·법률 등 20여개 단체로 결성된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동물연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민법 일부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빔 프로젝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29일 밝혔다.

퍼포먼스는 전날 밤 10시30분부터 약 30분간 펼쳐졌다. ‘물건이 아닌 동물들’ ‘우리는 모두 지각 있는 생명체’ ‘민법 개정하라’ 등의 메시지와 동물의 이미지를 국회의사장 돔 지붕에 차례로 비추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발표한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 94.3%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티이미지뱅크

법 발의 됐지만 2년째 감감 무소식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안은 지난 2021년 10월 정부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2년이 지나도록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정의하고 동물을 유체물로서의 물건으로 취급한다. 법무부는 동물을 생명체로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해 동물학대 방지 등을 목적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제92조의 2) 조항을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안과 더불어 국회에서 차례로 관련 법안이 5건 발의(더불어민주당 정청래·박성준·이탄희 의원, 무소속 이성만 의원 발의)됐지만 역시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다.

지난 4월4일 여야 원내대표가 4월 임시국회 내에 민법 개정안을 우선 심사·처리하는데 합의를 이루긴 했으나 당시 법제사법위원회가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중심의 임시회로 진행되면서 심사는 지금껏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법원행정처는 민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 검토’ 의견을 내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동물연대는 법원행정처가 동물이 사법상 어떤 권리·지위를 지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율하지 않아 법적 혼란과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영업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가축 등을 대상으로 하는 재산범죄 성립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동물연대의 의견은 다르다. 김도희 동물해방물결 해방정치연구소장(변호사)은 “발의된 민법 개정안에는 이미 ‘동물에 대해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담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우려하는 상황이 즉각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에게 비물건의 지위가 필요한 특별한 규정은 향후 추가적인 법 개정 과정을 통해 정리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물에 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란 동물이  재산분할이나 채무변제의 수단으로 압류대상이 되는 것을 막는 막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을 말하는 것으로, 법원행정처가 우려하는 현행 축산법이 정하는 가축(소, 말, 돼지, 염소 등)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이번 민법 개정만으로 모든 동물이 비물건화가 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지난 28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에 ‘동물 비동물화’ 메시지를 담은 빔프로젝션 투사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제공

동물연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4월 여야우선처리 합의에도 국회는 민법 개정안 통과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과 국제적 흐름에 따라, 대한민국 국회는 회기 만료 전 반드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2022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 국민 94.3%는 동물과 물건의 법적 지위를 구분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다.

국외 여러나라는 법으로 규정

이미 국외 여러 나라는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는 내용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은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조항을 두고 있으며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스페인은 동물을 ‘감응력 있고 생물학적 요구가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동물 비물건화’ 민법 개정은 동물학대 처벌 문제와 함께 전시동물, 실험동물, 축산 등 산업동물의 권리와 복지를 신장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동물연대는 보고 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동물연대가 주최하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민법 개정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개최된다. 이날 토론회에는 ‘동물 비물건화 개정의 법적 의미와 필요성’을 주제로 동물해방물결 김도희 해방정치연구소장과 서울대학교 최정호 교수가 발제자로 참여한다. 토론에는 강원대 함태성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공동대표, 새벽이생추어리 영인 활동가, 법무부, 경기도 축산동물복지국 관계자 참여한다. 토론회는 동물해방물결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donghaemul_alw)에서 생중계로 시청할 수 있다.

지난 28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지붕에 ‘동물 비동물화’ 메시지를 담은 빔프로젝션 투사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동물은물건이아니다연대 제공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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