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한 사우디, 비전 2030 힘 받는다…'인권 우려'는 지속

강민경 기자 2023. 11. 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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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28일(현지시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확정지은 것을 두고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국제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 성공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MENA 인권단체와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사형제 반대 동반자'(ECPM) 등의 단체들은 지난 주 사우디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감안했을 때 리야드를 엑스포 개최지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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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행사 개최권 쇼핑하듯 쓸어담는 사우디
인권 후진국 오명 벗을까…올해 1~10월 112명 처형
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르 팔레 데 콩크레 디시(Le Palais des Congrés d’Issy)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측 관계자들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사우디 리야드가 선정되자 기뻐하고 있다. 2023.11.29/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가 28일(현지시간)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확정지은 것을 두고 여러 평가가 엇갈린다.

AFP통신 등 외신은 사우디가 수년간의 로비 끝에 인권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반대파를 누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억압적인 왕정 국가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어하는 사우디는 엑스포 유치에 오일머니를 대거 투입했다. 그 결과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사우디는 119표를 확보하면서 대한민국 부산(29표)과 이탈리아 로마(17표)를 여유롭게 제쳤다.

한국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이탈리아는 데이비스컵에서 우승한 테니스 스타 야닉 시너를 내세웠지만 사우디를 이기진 못했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전 세계에 왕국의 번영을 과시할 무대가 될 행사들을 쇼핑하듯 쓸어담고 있다. 2034년 피파 월드컵을 포함해 △카레이싱 △골프 △격투기 △e스포츠 등 다양한 국제 대회들이 사우디에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203.9.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무함마드 왕세자 '비전 2030' 프로젝트 힘 받는다

석유 산업 의존도를 낮추고 경제·문화·사업을 다각화한다는 사우디의 '비전 2030'도 이번 엑스포 유치로 탄력을 받게 됐다.

비전 2030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2016년 직접 발표한 개혁 계획으로 △활기찬 사회 △번영하는 경제 △진취적인 국가 등 3대 영역으로 구성된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 내건 슬로건 또한 '변화의 시대: 미래를 내다보는 내일'이다.

사우디는 중동 산유국들의 수장격임에도 태양에너지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엑스포를 '탄소 중립'에서 더 나아간 '탄소 네거티브' 행사로 만들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기후변화라는 전 세계적 도전 과제에 대응하면서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왕세자는 사우디 국영 통신 SPA 인터뷰에서 "(엑스포 유치는) 우리나라의 영향력과 선도적인 역할, 국제사회에서 받는 신뢰를 보여준다"며 "사우디는 주요 국제 행사 개최에 이상적인 장소"라고 말했다.

ⓒ News1 DB

◇인권 후진국이라는 오명 씻을 수 있을까

국제 인권 단체들은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 성공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겉으로 개혁을 주창하지만, 사우디에서는 반체제 인사들이 투옥되고 처형되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우디는 올해 1~10월 112명을 대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MENA 인권단체와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사형제 반대 동반자'(ECPM) 등의 단체들은 지난 주 사우디의 "끔찍한 인권 상황"을 감안했을 때 리야드를 엑스포 개최지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문을 공개했다.

이들은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자유를 억압한 역사를 가진 정권에 글로벌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국제사회는 그런 행동이 용인될 수 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사우디가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게 된 건 2018년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발생한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영향이 크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들은 카슈끄지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사우디를 '왕따'(pariah)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한 듯 사우디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최고 수준의 노동권을 약속하는 등 평동과 포용, 지속가능성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지난 6월 실시된 4차 프레젠테이션에서도 하이파 알 모그린 공주를 연사로 쓰며 여성 인권의 신장을 강조했다.

한편 리야드 엑스포는 2030년 10월부터 2031년 3월까지 6개월간 열린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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