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정치 뒤엔 ‘저질 팬덤’…정치의 질, 국민에 달렸다 [김명수칼럼]

김명수 기자(mskim@mk.co.kr) 2023. 11. 2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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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멸망을 지켜본 사상가 고염무(1613~1682). 그는 집권한 청나라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거부하면서 일지록(日知錄)을 작성한다.

이렇게 막말과 혐오 정치가 난무한 것도 고염무의 식견처럼 국민들 의식수준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달렸다.

그 과실이 국민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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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귀 닫은 극성지지층
정치도, 세상도 망친다
국민들 눈높이 높여야
혐오의 정치 끝낸다
명나라 멸망을 지켜본 사상가 고염무(1613~1682). 그는 집권한 청나라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벼슬을 거부하면서 일지록(日知錄)을 작성한다. 이 저서는 “망국(亡國)은 임금의 성이 바뀌고 나라 이름이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뀐 것은 요즘의 정권교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

고염무는 망국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정권교체는 집권세력의 문제란 점에서다. 천하가 망하는 점을 더 중시했다. 그는 “망천하(亡天下)는 양심이 사라지고 백성을 착취하고, 사람끼리 잡아먹는 상황”이라고 제시한다. 나라가 망하는 과정에서 목격한 인간의 윤리와 정의가 사라진 세상을 말한다.

그러면서 “천하를 보전할 줄 알아야 나라를 보전할 수 있다”고 전한다. 특히 정권의 흥망은 왕후장상들이 할 일이지만 천하의 흥망 책임은 일반 백성에게 돌린다.

고염무의 일지록을 숙독한 계몽사상가 양계초(1873~1929)는 청나라 멸망 과정을 지켜본 후 이렇게 요약한다. ‘천하흥망 필부유책(天下興亡 匹夫有責)’. 인류가 이룬 세상이 흥하고 망하는 건 일반 국민들 책임이라는 뜻이다.

요즘 한국 정치를 보면 亡天下에 가까워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막말 대잔치’에서 시작해보자. 민주당 소속 정치인이 “암컷이 설친다”라는 여성 비하 발언을 했지만 반성은 커녕 오히려 이를 두둔하는 당내 발언도 이어지기도 했다. “총선 이후 계엄을 선포할 것”이란 발언도 구시대적 상황을 연상시키면서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나이가 자신보다 어리다고 “놈”이라는 단어를 쓰기도 한 게 민주당이다. 급기야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라는 말까지 등장한다.

야당과 비교할 정도는 아니지만 국민의힘도 다르지 않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자신을 향해 영어로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부모의 (교육) 잘못”으로 돌렸다. 인 위원장은 곧바로 사과했지만 이 전대표의 차별 발언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다.

이렇게 막말과 혐오 정치가 난무한 것도 고염무의 식견처럼 국민들 의식수준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이를 개선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달렸다.

우선 우리는 귀와 눈, 그리고 마음을 열고 있는가 자문해봐야 한다. 모든 걸 닫고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대표적이다. 정치인들은 자기 지지층을 위해 더욱더 귀와 마음의 문을 단단히 동여매고 싸움을 벌인다. 결과는 막말 대잔치이고 더 격렬한 정쟁이다. 총선까지 계속될 것이다. 특히 투표권자 주목을 받지 못해 후원금을 제대로 걷기 힘든 정치인들은 지지층을 향한 막말에 더욱더 기대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국민들만 피로해지고 피해를 보는 정치 지형이다.

정치 혁신을 유도하려면 국민들이 먼저 각자 닫힌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생각과 관점의 수준을 높여 정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가 선진국의 조건으로 제시한 ‘새말 새 몸짓’과도 연결된다. 개인은 독립적인 주체로서 삶의 태도와 관점의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 이정동 서울대 공대 교수의 ‘최초의 질문’이나 ‘그랜드 퀘스트’ 주장과도 통한다. 이 교수 주장처럼 선진국 도약을 위해 우리 스스로 정치 분야에서도 도전적 문제를 만들 때가 됐다.

그래야 정치개혁은 지속되고 정치는 물론 문화 수준도 높아진다. 이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한국의 지향점으로 제시한 세계 4대 문화·혁신 강국(C4,creative4) 반열에도 오를 수 있다. 그 과실이 국민몫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각자에게 질문을 던져볼 차례다. 우리는 지금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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