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정신건강 복지서비스, 지자체별 ‘빈익빈 부익부’[가난한 ‘금쪽이’ 는 어디로 가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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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복지사업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데다 인프라 격차도 심하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는 경증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책임지는 공공 심리상담센터를 만든 반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담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자치구가 있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강남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중증의 아동·청소년을 책임진다면, 이곳은 경증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집단상담, 놀이치료, 뉴로피드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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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센터 종사자 4544명 중
아동·청소년 담당 543명뿐
전담인력 ‘0’ 인 지자체 37곳
글·사진 =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복지사업은 지방자치단체별로 제각각 운영되는 데다 인프라 격차도 심하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남구는 경증의 정신건강 문제까지 책임지는 공공 심리상담센터를 만든 반면,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담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자치구가 있는 등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지역사회로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이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오후 5시쯤 강남구 대치동 청소년심리지원센터 사이쉼 집단상담실에는 마음 건강에 ‘적신호’가 오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문제 행동을 보이는 학생 5명이 모였다. 제시어를 듣고 1명씩 순서대로 그림을 이어 그리면 술래가 제시어를 맞히는 ‘그림 이어그리기 게임’이 진행 중이었다. ‘구미호’라는 제시어가 나오자 은진(14·가명) 군이 빠르게 꼬리 9개를 그려냈다. 그 모습을 본 술래 진형(14·가명) 군이 손을 들고 정답을 외쳤다. 진형 군은 “각자가 형편없이 그린 선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을 보고 ‘같이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강남구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중증의 아동·청소년을 책임진다면, 이곳은 경증인 아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집단상담, 놀이치료, 뉴로피드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강남구 구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김영주 사이쉼 총괄실장은 “강남구는 관내 77개 학교가 있을 만큼 학생 수가 많고 교육열이 높아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경증의 학생들을 보살피기 위해 별도의 전담 기관을 만든 곳은 강남구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은진 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는 등 문제 행동을 일으켜 학교 상담교사를 자주 만났는데, 이곳을 추천해줬다”며 “상담이 거듭되다 보니 무엇이 문제였는지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문 인력이 한 명도 없는 자치구도 많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주민들에게 정신건강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전국 243개 시·군·구 모두에 설치돼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지키는 ‘최전선’인 셈이다. 보건복지부가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광역·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 종사자 4544명 중 아동·청소년 담당은 11.9%(543명)에 불과하다. 아동·청소년 담당 인력이 아예 없는 곳도 37곳에 달했다.
실제 지난달 17일 찾은 서울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아동·청소년을 위한 좁은 상담 공간 하나도 겨우 있을 정도로 아동·청소년 사업 비중이 작았다. 아이들이 쉬고 운동할 수 있는 곳까지 갖춘 강남구의 사이쉼과 대조됐다. 이곳엔 아동·청소년 전담 인력도 없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전문요원 A 씨는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은 저학년이냐 고학년이냐에 따라 접근법이 다를 정도로 예민하게 다뤄진다”면서도 “아동·청소년 사업을 담당하는 1명이 재난 심리 대응, 중증 사례 관리 등 다른 업무도 함께하고 있어 아동·청소년 사업을 체계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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