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역~이송 모두 무인화…국내 첫 완전자동화 부두 떴다[르포]
무인으로 운영돼 안전 사고·인력난 문제 해결
100% 국산 장비…"항만 기술 발전 기점"
[부산=뉴시스]이동민 기자 = '국내 최초 완전자동화 부두'. 내년 3월 본격 문을 열 경남 창원시 진해구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2-5단계 부두(서컨 2-5 부두)를 수식하는 단어다.
완전자동화 부두란 하역과 이송 작업이 모두 무인으로 이뤄지는 부두를 일컫는다.
동원글로벌터미널(DGT)이 운영하는 이 부두는 2012년부터 11년 간의 토목·건축 공사 끝에 지난달 완공됐다. 사업비는 무려 1조1400억원이 투입됐다.
내년 3월 본격 개장을 앞두고 시범 운영 중인 서컨 2-5부두를 지난 24일 찾았다.
항만 장비를 원격 조정하는 곳인 운영건물에서 부두 쪽을 바라보니 선박이 접안하는 곳에 설치된 9대의 파란색 컨테이너 크레인(C/C)과 야드 중앙에 위치한 46대의 주황색 트랜스퍼 크레인(T/C)이 부두 곳곳을 채우고 있었다.
이 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는 단연 무인운반차량(AGV·Auto Guided Vehicle). AGV는 기존 항만에서 운영되던 야드 트랙터를 대체해 C/C와 T/C 사이에서 컨테이너를 옮기는 역할을 한다.
현대로템과 네덜란드 모빌리티 제조사 VDL이 합작해 만든 AGV는 평소에는 시속 12㎞로 움직이며, 최대 시속 21㎞까지 달릴 수 있다.
AGV는 오로지 전기로만 움직이며, 배터리 잔량이 낮아지면 마치 로봇청소기처럼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한다. 충전하는 데에는 약 40여 분 소요되며 1회 완충 시 약 10시간 동안 움직일 수 있다.
DGT 박정재 팀장은 "배터리 잔량이 20% 이하로 떨어질 때 충전소로 이동한다"면서 "배터리 폭발 등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최대 약 80% 정도로만 충전된다"고 부연했다.
◇사람 없어 더 안전한 '스마트 부두'
서컨 2-5부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사회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도 문제없이 운영될 수 있다.
DGT 김창훈 대표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미국 롱비치항 부두의 경우 항만 근로자들의 집단 감염으로 인해 수입 화물을 부두에 내리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면서 "서컨 2-5 부두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무인으로 운영되기에 여타 부두에서 일어나는 인명 사고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박 팀장은 "서컨 2-5부두에서는 바람이 세게 불더라도 유인 하역 작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거나 야간에 야드 트랙터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해 일어나는 사고 등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면서 "완전 자동화를 통해 휴먼 에러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부두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완전자동화에 따른 고용상의 문제를 제기한다. 이에 부산항 북항 신감만부두에서 서컨 부두로 옮겨온 DGT는 기존 사업장 노무인력의 고용 승계를 전제로 전환배치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팀장은 "C/C와 T/C 등 장비 운전직에 대해 크레인을 원격 조정할 수 있는 직무로 변경하기 위한 재배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항운 노조와 원만한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100% 국산 장비 구축…"항만기술 발전 기점 될 것"
서컨 2-5부두에 들어선 항만하역장비들이 모두 국산인 점도 주목된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부산항 신항 주요 항만하역장비 중 외산 장비는 86%에 달한다.
부두 내 T/C의 경우 HJ중공업과 두산에너빌리티가 각각 34대, 12대씩 제작했으며 C/C는 모두 현대삼호중공업이 제조했다.
하역장비의 국산화에 따른 파급효과는 서컨 2-5부두 기준 생산 유발 6417억원, 부가가치유발 2110억원, 취업유발 인원이 2386명에 달한다.
특히 이 서컨 2-5부두 건설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항만하역장비의 수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BPA 김남호 대리는 "서컨 2-5부두가 지어지는 동안 다수의 국산 항만장비를 도입하게 되면서 최근 한국항만장비산업협회가 새로 출범하는 등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면서 "이 부두가 국산 항만장비 발전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전 장비, 전기로만 작동…친환경 부두 지향
기존 부두에서는 크레인과 야드 트랙터 등 각종 장비에서 배기가스와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컨 2-5부두에서는 외부에서 컨테이너를 싣기 위해 들어온 트랙터를 제외한 모든 장비가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외부에서 온 선박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까지 저감하기 위한 별도의 전기 공급장치도 설치됐다.
박 팀장은 "접안한 선박이 대기하는 동안 엔진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배기가스가 계속 배출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곳에 접안한 선박은 서컨 2-5부두에 설치된 전기 공급장치와 연결해 엔진 가동을 멈춘 채 기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에서도 주목하는 완전자동화 부두
완전자동화 부두는 국내 선진 항만 기술을 개발하고 친환경 항만을 구현하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구축해 나가야 할 시설이다. 이에 정부도 국내 완전자동화 부두 개발을 위한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컨 2-5 부두에서 열린 무인장비 시연회에서 향후 자동화에 대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부산항 신항을 시작으로 광양항에 완전자동화 테스트베드를 조성하고 진해신항에는 대규모의 한국형 스마트 항만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앞으로 조성될 항만들은 국산 장비를 중심으로 활용해 그동안 침체됐던 국산 항만기술산업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astsk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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