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되는 남북 긴장…정신전력 온전한가 [취재파일]
국방장관과 군 고위 지휘관들의 취임 일성에 장병 정신전력 강화는 빠지는 법이 없습니다. 신원식 국방장관이 취임식에서 밝힌 선진 강군 5대 중점과제 중 첫 번째가 정신전력 강화이고, 이종섭 국방장관도 내정자 시절 처음 기자들과 만나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을 지적했습니다. 김명수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도 대적관과 정신무장을 강조하며 취임했습니다.
정신전력은 물리적 무력과 함께 군사력을 구성하는 2대 축입니다. 아무리 고양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그래서 장관, 의장, 총장들이 지휘 목표로 정신전력을 앞세우는 것입니다. 다만 장관과 장군들이 힘주어 말하는 정신전력 강화는 장병들에게 군인의 소명을 주입시키는 인위적인 방편입니다. 비효율적인 데다 요즘 풍조와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정치의 늪에서 신뢰 · 자긍심 온전한가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을 겪으며 군은 정치의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은 권력의 개입을 상정한 것이라 정치적일 수밖에 없고, 홍범도 장군 사안은 일종의 이념 논쟁이라 그 자체로 정치적입니다. 정치와 상극 관계인 군의 현명한 처신이 필요했습니다.
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사건과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서 장관과 장군들은 권력 쪽으로 기울어진 정치적 선택을 했습니다. 국민 여론은 대체적으로 군의 정치적 선택에 등을 돌렸습니다.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습니다. 군의 정치와 여론의 이반은 불가피하게 국민의 신뢰 저하로 이어집니다. 국민 신뢰와 군의 자긍심이 동시에 약화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즉·강·끝'으로 단호하게 응징하라는데…
북한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습니다. 우리 정부는 다음 날 9·19 남북군사합의 일부 효력의 정지를 선언하고 접경 지역 공중 정찰을 개시했습니다. 북한은 23일 9·19 합의의 완전 파기를 발표하더니 24일부터 비무장지대 경계초소 GP의 복원, JSA 재무장에 착수했습니다. 당장 남북 군의 물리적 충돌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긴장 국면입니다.
신원식 국방장관은 어제(28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를 소집해 "적이 도발하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원칙으로 단호하게 응징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그제 국방부 기자실에 들러 "군대다운 군대, 행동하는 군대를 만들겠다"며 의욕을 다졌습니다. 군 지휘부의 전의가 매섭습니다.
전선에서 북한군과 대면해서 싸우는 이는 중급 이하 간부와 병사입니다. 남북 충돌에 수반되는 희생도 젊은 군인들 몫입니다. 국민 신뢰와 자긍심 없이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공허한 구호에 의탁해 북한군과 맞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민 신뢰에 자긍심으로 똘똘 뭉친 한반도의 청춘들이 전선 앞에 우뚝 선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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