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잡” 평가받던 ‘아토마우스’… K - 팝아트 30년을 열다

유승목 기자 2023. 11.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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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겨울, 20대 젊은 화가 이동기의 붓에서 괴상한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2000년 을지로3가역 환승 통로에 설치된 아토마우스는 '보기 난잡하다'는 민원에 시달렸다.

이를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은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 '이동기 vs 강상우' 전시를 열고 아토마우스를 걸었다.

아토마우스뿐 아니라 이동기의 다양한 회화 신작들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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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립북서울미술관 ‘이동기 vs 강상우’ 展
이동기 작가가 만든 캐릭터
30년전 ‘혼성모방’으로 탄생
순수·대중예술 경계 허물어
2000년 지하철역 설치 작품
“다시 그려요” 낙서칠 봉변도
거부감 컸지만 새 시도 긍정적
강상우作 ‘몽실통통’도 눈길
현실과 이상의 간극 그려내
이동기, ‘꽃밭’, 2010, 캔버스에 아크릴릭, 100×160㎝.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1993년 겨울, 20대 젊은 화가 이동기의 붓에서 괴상한 그림 하나가 그려졌다. ‘철완아톰’으로 유명한 아톰(Astro Boy)의 매끈한 머리와 미키마우스(Mickey Mouse)의 유쾌한 얼굴이 하나가 된, 익숙하면서 낯선 도상이다. 이 캐릭터엔 ‘아토마우스’란 이름이 붙었다. 미국과 일본 문화 콘텐츠가 지배하던 1970∼1980년대를 지나 한국적 감성이 섞이기 시작한 1990년대 ‘혼성 모방’으로 탄생한 ‘한국적 팝아트’의 시발점이다.

아토마우스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당시 대중문화 이미지를 접목하는 것에 거리를 두던 경향이 지배적이었던 미술계는 물론 대중들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2000년 을지로3가역 환승 통로에 설치된 아토마우스는 ‘보기 난잡하다’는 민원에 시달렸다. 누군가 검은 스프레이로 “다시 그려요!”라고 일침을 놓으며 훼손해 결국 철거되기도 했다. 이동기는 “1980년대까지 미술계는 모더니즘 계열의 추상미술 흐름과 안티테제로 민중미술, 혹은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큰 맥락이 있었다”면서 “주류와 다른 걸 시도하면서 주변에서 반발과 거부감도 컸고 굉장히 낯선 작업처럼 받아들여졌다”고 말했다.

이동기, ‘서브웨이 코믹스트립’, 2000, 타일에 세라믹 페인트, 3.2×60m. 2000년 미디어시티서울 2000전 지하철프로젝트 출품작으로 을지로3가역 벽화로 전시됐던 작품. 누군가 검은 스프레이로 “다시 그리라”는 항의 차원의 훼손을 해 철거된 것을 재현했다.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풍파를 겪으며 커온 아토마우스는 올해 서른 살이 됐다. 이를 기념해 서울시립미술관은 노원구 북서울미술관에서 ‘이동기 vs 강상우’ 전시를 열고 아토마우스를 걸었다. 연례전 ‘타이틀 매치’의 일환으로 지난 23일부터 한국적 팝아트를 조명하는 전시다. 뻔하고 상업적이라는 한국 팝아트에 대한 편견을 벗기는 시도란 설명이다. 동시에 나이 든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여전히 청춘들에게 소비되는 것처럼, 아토마우스도 한국 미술사의 특별한 캐릭터로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설득이기도 하다.

전시장 곳곳에서 아토마우스는 텔레토비 동산 같은 꽃밭에 우두커니 서 있거나(꽃밭, 2010), 옷을 벗고 물을 뿜고(샘, 2008) 있다. 탄생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머러스하다. 작품은 기계인 아톰과 생물인 미키마우스라는 이질적 존재가 혼합된 모습에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경계를 허물어보자는 질문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무분별하게 흡수했던 일본과 미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새 이미지로도 해석된다. 하지만 굳이 깊게 의미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기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하면서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었던 만화 이미지를 차용해 작품에 도입한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를 차용하고 혼합하는 이동기의 작업에선 한국 팝아트의 서사가 읽힌다. 예술 안에선 상위·하위문화가 경계 없이 평평해진다는 ‘슈퍼플랫’ 개념을 주창한 무라카미 다카시나 ‘시니컬 리얼리즘’ 화풍의 정치 팝아트를 개척한 중국의 웨민쥔 같은 역할인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권혜인 학예연구사는 “1990년대 문화개방, 경제발전과 함께 폭발적으로 여러 문화들이 혼성되고 섞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이 빠르게 깔리면서 매체적인 감각, 조형 감각이 자리 잡았다”면서 “화려한 이미지의 이면을 보게 한다는 점에서 한국적인 팝아트를 정의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상우, 몽실통통 1, 2015, 종이 판지, 목재에 오일, 색 목탄, 230×160×40㎝.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아토마우스뿐 아니라 이동기의 다양한 회화 신작들도 볼 수 있다. 맥아더 장군의 보도사진 이미지를 재해석한 ‘맥아더’ 등이 눈길을 끈다. 함께 전시를 꾸린 강상우가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드러낸 작품 ‘몽실통통’ 연작 등도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광고·영화 등 대중매체 이미지를 비틀며 이동기와는 결이 다른 나름의 팝아트 세계를 선보인 작품들이다. 전시는 내년 3월 31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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