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먹으로 그린 ‘파리지앵’… 60년전 원조 한류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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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쓴 인물이 푸들처럼 보이는 개와 산책하고 있다.
60년 전 콧대 높은 유럽 미술계에 한류를 일으킨 그림 세계다.
이응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28일 대규모 특별전을 열었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어 갈증을 호소했던 미술애호가를 위해 이번엔 시기별 작품을 고루 배치하고 미공개작도 대거 공개해 이응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단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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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여점 남기며 화풍 변화무쌍
서예가로서 실험작 ‘구성’ 눈길
전시작 중 30여점은 국내 첫선
두꺼운 외투와 모자를 쓴 인물이 푸들처럼 보이는 개와 산책하고 있다. 세련된 ‘파리지앵’의 모습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림은 종이와 붓, 먹으로 그려졌다. ‘파리 사람’(1976)이란 제목의 이 작품은 고암(顧庵) 이응노(1904∼1989) 화백의 독창성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950년대 프랑스로 건너가 당시 서양에서 일어난 미술운동 앵포르멜(informel) 양식을 흡수해 동아시아 전통의 지필묵으로 펼쳐낸 동서양 융합예술인 것이다. 60년 전 콧대 높은 유럽 미술계에 한류를 일으킨 그림 세계다.
이응노 화백의 탄생 120주년을 앞두고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28일 대규모 특별전을 열었다. 1977년 프랑스 월간지가 그의 작품을 소개한 기사의 제목 ‘동쪽에서 부는 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에서 이름을 따왔다. 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퐁피두센터, 체르누스키 파리 시립아시아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관과 컬렉터들이 힘을 합쳐 60여 점의 작품을 모았다. 이 중 30여 점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이응노의 작품세계는 커다랗다. 평생 2만여 점이나 되는 작품을 남기면서도 스스로 “내 작품은 10년마다 변화했다”고 말할 만큼 매 시기 변화무쌍한 작품을 선보였다. 그간의 전시가 도불(渡佛) 이후나 이전 등 한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작가의 내면세계를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어 갈증을 호소했던 미술애호가를 위해 이번엔 시기별 작품을 고루 배치하고 미공개작도 대거 공개해 이응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단 설명이다. 이 중 이응노가 프랑스에서 40여 년간 운영한 동양미술학교와 관련한 스케치·사진 아카이브 등은 예술가가 아닌 교육자로서의 이응노를 보여주는 귀한 자료들이다. 프랑스어를 모르면서도 몸짓과 손짓으로 학생들에게 서예를 가르치는 모습의 사진에선 동양화가로서 가졌던 소명의식을 엿볼 수 있다.
눈에 띄는 작품은 1964년작 ‘구성’이다. 뛰어난 서예가이기도 했던 이응노가 프랑스에서 새롭게 실험한 ‘뜻을 그린다’는 의미의 ‘사의적 추상’ 형식이 무르익은 시기에 나온 작품이다. 검게 칠한 바탕에 글씨의 필획 부분은 하얗게 남겨 전통 서예와 다른 감상을 준다.
1970년대 후반에 제작한 또 다른 ‘구성’은 한자 ‘좋을 호(好)’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원색이 주는 밝고 화사한 느낌과 함께 가족의 따듯한 사랑을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다. 말년에 그린 ‘군상’(1985)과 ‘대나무 화가’ 작가로 이름을 날리던 1930년대 산수화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죽’(1932)도 눈길을 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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