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배달·택배기사 “눈치 안 보고, 지친 몸 잠시 休~” [현장, 그곳&]
종사자 1만2천명 ‘훌쩍’ 시설 태부족... 서울 9곳·경기 14곳 “확충 절실”
市 “이용률 분석 후 권역별 설치 노력”
“빌딩 안에서 눈치 보며 쉬었는데…. 안락한 곳에서 지친 몸을 쉴 수 있어 좋아요.”
28일 오후 2시께 대리기사 원용만씨(53)는 인천 남동구 구월동 ‘인천생활물류쉼터’에서 ‘콜 대기’를 하며 따뜻한 커피를 내려 마셨다. 원씨는 “코로나19로 대리기사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일거리가 없을 땐 밖에서 방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추울 때는 추운 곳에서, 더울 때는 더운 곳에서 기다려 너무 힘들었는데, 따뜻한 곳에서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옆에 있는 택배 기사 김체붕씨(59)는 안마의자에 앉아 TV로 뉴스를 보며 편히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렇게 안락한 쉼터에서 편히 지내는게 어리둥절하다”며 “조만간 쉼터에서 노동 관련 교육도 진행한다고 해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천시가 처음으로 설치한 ‘인천 생활물류 쉼터’가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1만여명이 넘는 생활물류 종사자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이 같은 쉼터 확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8일 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24일 남동구 로데오거리에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배달·택배기사 등 생활물류 종사자들이 쉴 수 있는 ‘인천 생활물류 쉼터’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 1곳 만으로는 지역에서 1만2천여명으로 추산되는 생활물류 종사자들을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은 9곳, 경기는 14곳을 설치하고 있어 인천도 최소 권역별로 1곳씩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 생활물류 쉼터는 181㎡(54평) 규모로, 교육·회의실과 휴게·상담실을 갖추고 있다. 내부에는 휴대전화 충전기, 안마의자, TV 등이 있고 커피도 무료로 제공된다. 평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운영한다. 또 노동·법률상담, 금융·건강상담 및 자조모임 활성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김성열 인천 생활물류 쉼터 운영실장은 “쉼터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은 찬 겨울 바람을 맞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다”며 “하루빨리 다른 곳에도 쉼터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문세종 시의원(더불어민주당·계양4)은 “생활물류 종사자 쉼터는 더욱 안정적인 노동 환경과 법률·구직·업종 전환 등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며 “남동구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하나하나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아직 1곳밖에 만들지 못했다”며 “쉼터 이용률 등을 지켜본 뒤 권역별로 추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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