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달 로켓' 입찰에 쏠린 눈…기업 간 합종·연횡 '물밑 조율'도
한화와 경쟁, KAI-현대로템 등 컨소시엄 카드 '만지작'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의 '차세대발사체'(KSLV-Ⅲ) 개발사업 입찰이 임박했다. 차세대발사체는 2032년 한국 최초 달 착륙선을 실어 나르는 누리호(KSLV-Ⅱ) 후속로켓으로 총 개발 비용만 2조132억원이다. 초대형 연구프로젝트 수주에 따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까지 좌우할 수 있어 국내 우주항공기업 간 합종연횡을 위한 물밑 조율이 본격화하는 흐름이다.
28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항우연은 내달 초 1주일간 조달청을 통해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사전규격'을 공개한다. 사전규격공개는 공정한 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수요기관의 의견을 반영하는 제도다. 1주일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입찰공고는 같은 달 중순 나갈 전망이다.
차세대발사체는 30년 가까이 국내 우주발사체 설계·제작·개발 등을 총책임진 항우연 입장에서도 '급이 다른' 임무다. 차세대발사체는 2단형 로켓으로 1·2단은 각각 100톤 액체엔진 5기 묶음(500톤), 10톤 이상 2기(20톤 이상) 묶음이다. 누리호 1단이 75톤 액체엔진 4기 묶음(300톤)으로, 단순 계산하면 엔진 1기가 25톤 늘어난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초고압·초고온을 견뎌야 하는 엔진 부분품 등 개발이 차원이 다르다는 게 연구진 설명이다.
고정환 항우연 발사체연구소 책임연구원(전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메인 엔진이 75톤(누리호)과 100톤(차세대발사체)인데, 단순히 25톤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최첨단 엔진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며 "초기 엔진 개발 여부에 따라 발사체 제작 등 후속 일정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차세대발사체 성패는 엔진 개발 여부에 따라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다.
앞서 KAI와 현대로템은 지난달 미래 우주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양사 간 강점을 활용해 우주발사체와 우주비행체 개발 사업을 위한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KAI는 누리호 조립설계에 참여해 체계종합 역량을 지녔고, 현대로템은 추진기관 개발 역량을 보유해 양사 시너지가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과 비츠로테크 등도 차세대발사체 개발 참여에 관심을 두고 있다. 누리호 주인이 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입찰 참여는 기정사실이다. 이처럼 기업들이 정부 R&D(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진심인 이유는 우주항공 산업 특성상 시장에 진입하기 전까진 매출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도 미국항공우주국(NASA)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초기 우주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정부 R&D의 마중물 투자가 절대적이란 의미다.
차세대발사체 경쟁은 초박빙 승부가 예상된다.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차세대발사체 입찰도 우위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하려던 항우연 연구자의 검찰수사로 악재를 맞았다. 항우연 연구자 4명은 이직을 앞두고 누리호 기술을 과도하게 열람하는 등의 행위로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입찰 평가가 사실상 원점에서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가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으로 선정되면서 경쟁우위에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KAI와 현대로템 등이 의기투합한다면 경쟁이 그야말로 초박빙이 될 것"이라며 "차세대발사체 입찰 결과에 따라 기업의 미래 경쟁력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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