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의 망언, 언제까지 들어야 합니까”
당시 진압작전 지휘 당사자
“정당했다” “같은 결정 할 것”
참사 때부터 ‘막말’ 이어와
유족, ‘전문시위꾼’ 발언에
“식당 운영하던 평범한 가장
무서워하며 망루 올랐는데”
“10여년 지나도 뉘우침 없어
뻔뻔히 정치권 활동에 분통”
김석기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7일 “용산참사는 전문 시위꾼의 도심 테러”라고 주장한 것을 두고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5년, 10년이 지나도 뉘우침이 없다. 언제까지 저 사람의 망언을 들어야 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최고위원은 용산참사 당시 서울경찰청장으로 진압작전을 지휘했다.
유가족들은 김 최고위원이 참사의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고 이상림씨 아들 이충연씨는 28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경찰 과거사 진상조사위원회에서 ‘경찰의 무리한 진압이 참사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혀졌다”면서 “현장 경찰도 ‘이렇게 무리해서 진압을 해야 하느냐’고 성토했는데 진압을 밀어붙인 게 김 전 청장을 포함한 경찰 수뇌부들”이라고 했다.
참사 당시 아버지와 함께 망루에 올랐던 이씨는 “당시 농성장에는 식량도 난방시설도 제대로 없었기 때문에 며칠 버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그런데도 김 전 청장은 생존권을 요구하던 철거민들에게 대화 한 번 시도하지 않고 24시간 만에 경찰 특공대를 투입했다. 지금도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뻔뻔하게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게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는 “지금도 소방차나 구급차만 보면 가슴이 쿵쾅거리는데 가해자는 사실상 살인을 저질러놓고 ‘정당방위였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아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항의하다 경찰 방패에 찍혀 무릎인대가 파손됐고, 나는 밥벌이를 위해 온갖 일을 전전하고 있다”며 “단란했던 가족이 하루아침에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이후로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김 전 청장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김 최고위원의 ‘전문 시위꾼’ 발언을 두고 “남편은 평범한 일식집 사장이었다.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아지자 용산에 복요리집을 열고 소박하게 잘살아보려 했던 시민이 어떻게 전문 시위꾼이냐”면서 “아직도 남편이 망루에 오르기 전날 ‘안 올라가면 안 되나, 무섭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의 ‘용산참사 막말’은 처음이 아니다. 용산참사 10주기 다음날인 2019년 1월21일 김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가) 정당하게 법을 집행한 경찰을 가해자로 둔갑시키고 사과를 바라고 있다”면서 “당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했다.
2018년 9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도 “(용산참사는) 불법 시위에 대한 경찰의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20일 용산 재개발 구역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당시 경찰청장 내정자이던 김 최고위원은 결국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경찰청장직에서 사퇴했다. 이후 김 최고위윈은 주오사카 총영사·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을 지냈고, 2016년·2020년 총선 때 경북 경주에서 연달아 당선됐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다. 김 최고위원은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에도 같은 지역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세훈·배시은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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