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장·교육감 책임 추가..'학생인권조례→학교구성원 조례'로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교육부-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위한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교육부가 29일 학생과 교원,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담은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예시안'을 공개했다.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등 '교육 3주체'가 상호 존중하고 배려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 7월 서이초에서 생을 마감한 교사 사건을 계기로 일각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교육활동 침해 원인 중 하나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되자, 예시안을 배포해 개정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 교육활동 과정에서 교육 3주체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의 권리와 책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교육 주체 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방안을 제공하기 위해 학계와 함께 조례 예시안 마련을 추진했다"며 이같이 예시안을 내놨다.

예시안에 따르면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 교육 3주체의 권리와 책임이 각각 규정됐다. 우선 '기본원칙'에서는 학교구성원은 상호 간에 권리를 존중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자신의 권리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학생인권 조례와 가장 다른 점은 학생과 더불어 교육감과 학교장의 책무가 명시된 점이다. 예시안에 따르면 제2장 '교육활동에서의 권리와 책임' 분야에서 교육감은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고 모든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학교장의 책무에서는 학교 민원처리의 책임자로서 민원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학교 내에 민원대응팀을 구성·운영해 교사가 직접 민원을 응대하지 않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학생의 권리와 책임도 함께 담겼다. 예시안에는 △다양한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학교 자치활동에 참여해 학교 운영에 관해 제안하거나 학칙 등의 제·개정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권리 △학생의 개인적 특성이나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균등한 교육의 기회와 충실한 학습경험을 제공받을 권리 등이 담겼다. 이와함께 '학교에서 정한 교육과정 시간을 준수'하거나 '학교에서의 생활지도를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등 기존 학생인권조례에서 다루지 않은 책임 조항도 제시했다.

이 밖에 교원과 학부모의 책임 등도 마련됐다. 학구성원 간 민원 및 갈등이 발생했을 경우 처리 및 중재 절차 등도 포함됐다. 특히 학교 민원 처리에서 교육활동과 무관한 민원을 제기하거나 직무 범위 외 사항을 요구할 때 이를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또 학교의 장 및 교육장은 민원 해결이 원만히 이루어지지 않고 학교구성원 간 갈등이 심화되거나 학교구성원간의 권리가 충돌할 경우 교육청 내 교육갈등관리위원회위원회에 갈등 중재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교육부는 기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는 학교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보편적인 인권을 나열하고 있어 학생의 권리가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각 교육청과 지자체에서 참고할 수 있는 시안을 배포했다. 앞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8월 훈육 시 교실 밖 분리 등을 담은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하고 기존 학생인권조례와 상충되는 내용은 개정하도록 유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서는 조례 예시안을 참고해 현행 학생인권조례 일부 또는 전면개정,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제정 등 지역 여건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시안은 기존에 학생인권조례가 없거나 개정 의지는 있으나 막막하다는 의견이 있어 참고용으로 제시하는 것"이라며 "시·도교육청이나 각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이를 활용해 자율적으로 개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조례를 개정하거나 하지 않는 교육청에 인센티브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학생·교원·보호자의 권리는 존중받고 균형 있게 보장될 필요가 있으며 동시에 권리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학교구성원이 상호 존중하고 배려하는 학교문화가 형성돼 공교육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