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기 불황 전망에 폭스바겐마저 구조조정 [뒷북 글로벌]

백주연 기자 2023. 11. 2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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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전쟁에 경영 불확실성 증폭
IMF, 내년 성장률 2.9%로 하향조정
알리바바, 양자컴퓨팅 연구소 폐쇄
美 5대 금융사, 올해만 2만명 해고
독일 남부 도시 콘스탄츠의 한 쇼핑 거리를 사람들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서울경제]

글로벌 기업들이 정보기술(IT), 제조, 금융, 서비스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대대적인 인력 감축과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기 둔화에 제조업 수익 악화=27일(현지 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1억 유로(약 14조 원)의 비용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초 2029년까지는 인력 감축이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전기자동차 수요가 둔화하고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 위기감에 약속을 뒤집은 것으로 분석된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우리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눈에 띄는 구조조정 없이는 충분하지 않다”고 고강도의 인력 감축을 단행할 것임을 밝혔다. 폭스바겐이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은 고금리·고물가에 소비자들의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폭스바겐의 올해 1~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GSAM)은 내년도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긴장이 인플레이션을 경제 전반에 걸쳐 유발하고 이는 소비와 수요를 둔화시켜 성장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IT 기업, 전략 사업에 집중=IT 기업들도 거시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략 부문에 투자를 늘리는 ‘선택과 집중’ 방침을 택하고 있다. 전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양자컴퓨팅 연구소를 폐쇄하고 연구원 3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해부터 인력 축소를 시작했고 올 3분기에만 3만 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같은 날 틱톡의 모회사 중국 바이트댄스도 게임 부문의 구조조정 계획을 알렸다. 바이트댄스는 2021년에 인수한 모바일게임 개발 업체 문톤의 매각도 고려하고 있다. 이달 18일 메타는 ‘책임감 있는 인공지능(RAI)’팀을 해체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월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고 규정하며 잇따른 구조조정과 팀 합병 과정을 진행해왔다. RAI팀은 AI 기술의 안전과 규제 문제를 다루던 팀으로, 이번 해체에 따라 RAI 인력은 제품 개발 부서로 이동됐다. 저커버그는 생성형 AI 제품 개발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아마존도 타사 게임 스트리밍 부문 사업을 폐쇄하면서 180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자체 사업에 중점을 둔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마존은 지난해 가을부터 1년 새 2만 7000명의 인력을 줄였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제롬 진 헤겔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증가하고 있으며 성장 둔화가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美 금융사도 해고 행렬=미국의 금융사들은 고금리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국 5대 대형 은행은 올해 들어서만 2만 명을 정리했다. 웰스파고와 골드만삭스는 올해 각각 인력의 5%를 줄였고 씨티그룹은 7000명을 내보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이후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늘어난 자금 조달 비용으로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대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탓이다. CNBC는 이날 투자은행 KBW의 보고서를 인용해 코메리카·자이언스·퍼스트호라이즌 등 지역 은행 3곳이 대형 은행의 잠재적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KBW는 “자산 800억~1200억 달러 규모의 은행이 구조적으로 가장 낮은 수익성에 직면했다”며 고금리 속 채권 투자 손실과 고객 예치금 축소, 대출 수요 감소 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올 3~5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이 줄줄이 파산한 바 있다. 라자드자산운용의 로널드 템플 수석시장전략가는 “연준이 내년 2분기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어야 성장의 역풍을 완화하고 자본 지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백주연 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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