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김다정 기자 2023. 11.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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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서 뜬금없이 '빈대'라는 단어를 이렇게 자주 들을 줄은 몰랐다.

더욱이 '빈대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줄은 몰랐다.

빈대 공포증, 즉 '빈대포비아'는 공공장소·대중교통 및 택배 등 다양한 경로로 빈대가 옮아올까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유럽발 빈대 확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연일 회자되던 어느 날, 주식시장에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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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대한민국에서 뜬금없이 ‘빈대’라는 단어를 이렇게 자주 들을 줄은 몰랐다. 더욱이 ‘빈대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길 줄은 몰랐다. 빈대 공포증, 즉 ‘빈대포비아’는 공공장소·대중교통 및 택배 등 다양한 경로로 빈대가 옮아올까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를 뜻한다.

유럽발 빈대 확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빈대가 발견됐다는 뉴스가 연일 회자되던 어느 날, 주식시장에 뜻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60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한 농약업체의 주가가 그야말로 갑작스레 ‘폭등’ 한 것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이 빈대에게도 효과적이라는 게 알려지면서다. ‘디디티(DDT)’가 시장에서 쫓겨난 이후 웬만한 가정용 살충제에 내성을 가지게 된 빈대에게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최근 우리 정부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전문 방역용으로 긴급 승인했다.

일반엔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은 이미 농업계에선 유명했다. 농약의 등록과 사용허가 업무를 관장하는 농촌진흥청의 국정감사 단골주제이기도 하다. 이 농약이 꿀벌에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해외에서 다수 소개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많은 환경학자들은 이 농약을 ‘꿀벌 킬러’라고 부르기도 한다. 꿀벌 집단 폐사, 군집 붕괴 등 ‘꿀벌 실종’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탓이다. 미국 일부 지역과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농약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2014년 실시된 국립농업과학원의 실험 결과를 근거로 꿀벌 폐사와의 상관관계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실제로 전체 국내 농약 거래금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초기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몸소 깨닫게 됐다. ‘빈대믹’으로 불리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초동 대처는 무척 중요하다. 게다가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는 속담에서 엿볼 수 있듯, 빈대는 한번 생기면 좀처럼 박멸하기 어려운 해충이다.

하지만 초동 대처를 위해 맹독의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살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옛날엔 동네마다 ‘소독차’라는 게 다녔다. 뿌연 연기를 뿌리며 달려가는 소독차를 발견하면 동네 아이들은 그 뒤를 쫓았다. 1970년대까지 연기 속을 따라다니며 깔깔거렸던 아이들에게 뿌려진 게 바로 DDT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DDT가 환경에 오래 남아 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걸 알고 있다.

초가삼간은 남기고 빈대만 잡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김다정 산업부 차장 kimdj@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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