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공사 계약 해지"…상계주공5단지에 무슨 일?

김서온 2023. 11.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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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주공 재건축 중 속도 빠른 편이었으나 비대위가 '제동'
조합서도 "금리·자재가격 비싸고 공사기간 길다" 문제 삼아
재건축 시공사 구하기 난항…상계동 첫 자이 브랜드도 '물거품'

[아이뉴스24 김서온,이수현 수습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의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전격 백지화됐다. 공사비가 높고 공사 기간이 길다는 이유에서다.

인근 재건축 추진 단지 중에서는 사업 속도가 가장 빨랐고, 상계 첫 '자이' 브랜드 단지여서 이목을 끌었으나 결국 물거품이 됐다. GS건설은 조합의 일방적 시공사 선정 철회 조치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근 들어 금리 인상과 공사비 상승 등에 따라 서울 핵심 정비 사업지에서도 시공사 선정이 어렵고 선정 이후에도 백지화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터여서 당분간 이런 현상이 더 빚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의 재건축 수주영업이 한층 까다로워졌다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일원 상계주공5단지는 지난 25일 토지 등 소유자 전체 회의를 열고 GS건설의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1987년 840가구 규모로 지어진 이 단지는 35층, 996가구 규모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조합은 한국자산신탁을 시행사로 결정하고, 지난 1월 GS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GS건설은 3.3㎡당 공사비 약 650만원, 공사 기간을 48개월로 제시해 조합원들의 낙점을 받은 바 있다.

노원구 상계동 일원 상계주공5단지 전경. [사진=네이버 부동산]

하지만 상계주5단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조합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서며 이변이 발생했다. 비대위는 공사비가 높고 공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사업시행자인 한국자산신탁은 물론 정비사업위원회 등과 충돌했다. 치열한 공방 끝에 지난 25일 토지 소유주 전체 회의가 열렸고, 과반수 동의를 얻어 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 임원진 해임과 시공사 선정 취소 등을 의결했다.

이렇게 된 핵심 이유는 48개월에 이르는 공사기간과 추가분담금이었다. 비대위는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시행사간 불투명한 협상 방식 등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GS건설은 분담금과 공사 기간 연장은 단지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고 학교도 있어서 공사 여건이 좋지 않다"며 "도심지에서 공사를 하려다 보니 현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높아 기본적으로 사업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기존 세대수에서 많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추가분담금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연한(30년)을 훌쩍 넘긴 노후 단지들이 즐비한 지역에서 상계주공5단지는 가장 속도가 빠른 재건축 추진 단지으로 꼽힌다. 상계주공8단지가 가장 먼저 지난 2020년 '포레나 노원'(2020년)으로 재건축을 완료했으며, 상계주공5단지가 그 뒤를 따르는 상황이다.

이번 시공사 취소 결정으로 인해 상계주공5단지는 재건축 사업 추진이 한동안 멈춰설 수밖에 없게 됐다. 향후 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 및 철거→착공 및 입주 순으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다시 시공사 선정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과 공사비 상승 등에 따른 주택 경기 악화로 서울 핵심 정비 사업지에서도 시공사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고, 사업성 확보도 어려워 향후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량진뉴타운에서 규모(2992가구)가 가장 크고, 역세권 입지를 갖춘 서울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20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참여 건설사가 전무했다. 조합이 제시한 평당 공사비(730만원)가 낮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풀이가 많다. 노량진1구역은 평당 공사비를 790만원으로 높여 내년 초 다시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 중구 신당9구역도 지난해 11월 평당 공사비를 742만원으로 책정,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유찰됐다. 지난달 평당 공사비를 840만원으로 올려 재차 입찰 공고를 냈지만, 참여 건설사가 없었다.

지난 6월에는 공사비 상승 등 사업 환경 악화를 이유로 DL이앤씨가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렸다. DL이앤씨는 조합원들에 보낸 문자를 통해 "지난 10개월 동안 과천주공10단지를 최고의 명품단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며 "그러나 최근 건설경기 및 수주환경 등 외부 상황에 여러 변화가 있었고, 긴 내부 논의를 거쳐 부득이하게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사업 참여가 어렵다는 힘든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계주공5단지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 취소 전 공식적인 논의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신탁방식으로 추진, 정비사업위원회가 따로 있지만 비대위가 추진한 주민 총회에서 정비사업위원회 집행부가 모두 해임됐고, 시공사 선정 취소 등 안건이 한꺼번에 가결돼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행사 또는 시공사와 조합원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체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심목 대표변호사는 "조합에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수는 있지만, 손해배상 사안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때 손해배상은 시공사가 시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 상당액이고 보통 공사 이윤에 해당한다. 별도의 손해배상액 약정을 정했다면 그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계동은 건설사들이 앞다퉈 들어가는 곳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새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기존 시공사보다 조건이 좋다는 보장이 없고, 시공사 선정 취소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금이나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새로운 시공사를 어떤 조건으로 선정하는지, 어떤 조건으로 건설사가 입찰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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