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 카타르 빛나는 중재력… 휴전 연장 이끌었다

조성호 기자 2023. 11.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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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만 한 면적을 가진 나라
누구와도 척지지 않는 외교로 중동에서 ‘소통 창구’ 역할해와
마지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이 23일(현지 시각) 도하에서 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27일 오후 2시(현지 시각) 종료 예정이었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휴전 시한이 이틀 연장됐다. 양측의 첫 휴전을 이끈 카타르 외무부가 이 사실을 알렸다. 최악으로 치닫던 전쟁이 일시적이나마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카타르의 중재 역량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국제사회의 시선은 교전 지역인 가자지구 못지않게 카타르 수도 도하에도 쏠렸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 장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 국장,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 장관 등 관련국 인사들이 잇따라 날아갔다. 도하에는 2012년 허가받고 정식으로 설립된 하마스 사무소가 있다. 카타르 주도로 물밑에서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슬람 왕정인 카타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을 줄곧 지지해 왔으며, 이스라엘 타도를 목표로 내건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도 후원해 왔다. 이스라엘과는 상호 대표부를 뒀지만, 2009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문제 삼아 단절했다. 전쟁 발발 초기 하마스의 잔학한 살상 행위가 국제사회 지탄을 받았을 때도 하마스와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런 카타르를 이스라엘은 중재자로 신뢰한 것이다.

카타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나라지만 사우디·이란 등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고, 경기도 면적에 불과한 좁은 국토와 전체 거주 인구 대비 턱없이 낮은 자국민 비율(38만명·14%) 등의 약점을 가졌다. 이 때문에 안정적 주변 정세 관리를 최우선시하면서 누구와도 척을 지지 않는다는 외교 노선을 정립했다. 사우디·쿠웨이트 등과 같은 수니파 걸프 왕정이면서도 수니파와 앙숙인 시아파 맹주 이란과 교류를 이어갔다.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사우디에 있던 미 공군 기지를 2003년 자국의 알 우데이드 공군 기지로 유치할 정도로 밀착했다. 이 결과 카타르는 미군 기지와 하마스 사무소를 모두 두고 있는, ‘누구의 적도 아닌 국가’로 인식될 수 있었다.

화약고 중동 정세는 카타르가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레바논·리비아·수단·차드 등 아랍에서 북아프리카에 이르는 주요 분쟁의 타결 협상에 두루 관여했다. 2022년 8월 아프가니스탄 친서방 정권 붕괴와 탈레반 재집권 상황에서도 카타르는 중요 역할을 했다. 국제사회에서 우군이 없는 탈레반이 도하에 사무실을 두게 했고, 미군이 20년 아프간 주둔을 끝내고 철수하는 과정에 물밑 소통 창구 역할을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했을 때 대거 철수한 서방국가 공관들의 임시 사무소가 설치된 곳도 도하였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도 카타르는 노련하게 협상을 주도했다. AP에 따르면 일시 휴전 이틀째인 25일 카타르 협상단이 이스라엘로 들어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약속보다 적은 수의 구호 트럭을 보내는 등 합의 내용을 지키지 않는다며 인질 석방 시간을 늦춰 휴전이 깨질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이 되자, 카타르가 직접 움직인 것이다. 카타르 협상단은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와 대면 회의를 거듭하면서 휴전을 유지했고 시한 연장까지 이끌어냈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 요엘 구잔스키 선임연구원은 “카타르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하마스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행위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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