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충분히 가능한 사용후핵연료 안전 관리
원전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아주 높다는 것이다. 직경 0.8㎝, 높이 1㎝ 정도 되는 핵연료 소자 하나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이 약 1800kwh다. 이는 일반 가정의 6개월 소비량에 해당한다. 이러한 고에너지 밀도 특성 때문에 원전의 연간 우라늄 연료 소요량은 25톤에 불과하다. 같은 발전량을 내기 위해 석탄은 약 290만톤이 필요하니 그 차이가 엄청나다.
원전은 들어가는 연료가 적으니 나오는 사용후핵연료 양도 적다. 다만 사용후핵연료는 고방사능을 띠고 그 속의 일부 방사성 물질은 수천 년 동안 방사능이 나온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는 방사능 독성 때문에 사용후핵연료는 안전하게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인식돼 많은 사람에게 기피와 두려움의 대상이 돼왔다.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현재의 기술만으로도 사용후핵연료는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석탄이나 가스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나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을 바로 환경으로 방출하는 것과 달리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는 원래 형상 그대로 배출된다. 핵연료봉이 방사성 물질을 잘 밀폐한 상태로 나오므로 즉각적인 환경에 위해는 없다. 배출 초기에는 방사성 물질 붕괴로 발생하는 열도 상당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라는 수조에 저장하지만 몇 년만 지나면 사용후핵연료 집합체 하나에서 발생하는 열은 다리미 하나 정도인 1㎾ 정도로 낮아져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요새 짓는 원전은 사용연한을 60년으로 잡고 그동안 발생하는 모든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크기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조를 건설한다. 그 면적은 25m 길이의 레인 8개가 있는 동네 수영장보다 작다. 그런데 과거에 지은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크기는 30년 정도 발생량을 수용할 수 있는 용량에 불과했다. 따라서 일정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는 수조에서 꺼내 여러 겹으로 차폐된 견고한 저장용기에 몇 다발씩 담아 중간저장시설에 보관한다.
저장용기 사이로 사람이 지나다녀도 문제가 없다. 방사선은 보이지는 않지만 쉽게 측정이 가능해 차폐효과를 상시감시하고 확인할 수 있어서다. 스위스 즈윌락 시설이나 독일 고어레벤 시설 등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십 개 건식 저장시설을 운영했지만 방사선 누출 등으로 문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을 만큼 안전하다.
사용후핵연료는 몇 다발씩 5㎝ 두께의 구리용기에 담아 500m 지하 암반에 구멍을 파고 묻은 후 그 주위를 벤토나이트라는 점토질의 방수재로 밀봉하는 식으로 영구처분할 수 있다. 구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구리가 부식이 잘 안 되는 금속이어서다. 시기적으로 앞선 청동기시대 유물이 철기시대 유물보다 더 온전히 잔존하는 사실이 구리의 내부식성을 잘 보여준다. 벤토나이트는 물을 머금으면 딱딱해져서 물의 침투를 막는 강력한 방수재다. 지하수가 벤토나이트를 뚫고 5㎝ 두께의 구리를 부식시켜 그 안에 있던 방사성 물질이 지하수를 타고 지표로 흘러나와 수천 년 뒤 우리 후손에게 위해를 줄 가능성은 실질적으로는 제로다.
핀란드에서는 이런 사용후핵연료 처분방식의 안전성이 입증돼 2025년 운영을 목표로 영구처분장을 건설 중이다. 스웨덴에서도 주민동의 등을 거쳐 건설허가가 났다. 화강암 지반이 좋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다만 필요한 구리의 양이 많고 고가여서 두께를 줄이는 방법과 지하 암반 특성 분석에 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3D 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용기 최적화 기술을 개발하고 120m 깊이의 소규모 지하연구시설에서 처분기술도 연구한다. 사용후핵연료는 충분히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조속히 제정되고 실제 심도에서의 사용후핵연료 안전처분기술 연구와 관리정책 추진이 현실화하기를 바란다.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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